[MIKA#05] 수채화에 애니메이션의 혼을 불어 넣다

수채화에 애니메이션의 혼을 불어 넣다

-Will Kim(김정훈) Riverside Community College 교수 


▲ 사진1 Will Kim(김정훈) 교수

순수 회화 작가를 꿈꾸던 한 소년이 애니메이션을 만나 색다른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창작합니다. 수채화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스타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Will Kim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께요.

A) 안녕하세요. 현재 Riverside Community College (이하 RCC)에서 애니메이션 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Will Kim(김정훈)이라고 합니다.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로서의 활동과 종종 다큐멘터리에 삽입되는 애니메이션 디랙터도 겸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처음 미술을 시작했나요?


A) 거의 연필을 잡을 수 있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어릴 적 일기장을 봐도 화가가 되고 싶다는 글로 가득했습니다. 예술중학교를 가면 하루종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듣고 예술 중학교에 진학해 수채화, 조소, 뎃생 등 여러가지 표현 기법을 배우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Q) 어려서부터 꿈도 작가였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순수예술에 가까운 작업을 계속 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전공으로 애니메이션을 선택하였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고등학교 1학년 말부터 부모님과 함께 미국에 와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에 지원할 때 CALARTS만 빼고는 다 순수회화이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지원하였습니다. CALARTS도 순수회화 전공으로 지원하고자 했었는데 학교 전공 설명회에서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데, 화화과에 오면 읽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많을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과를 가야 많이 그릴 수 있냐고 질문을 하였고, 애니메이션 과를 가면 원 없이 그릴 수 있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와 함께 애니메이션 과 학생들의 드로잉을 보여줬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과 다르게 굉장히 자유롭고, 강렬한 라인 드로잉들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때 4년 내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과도 좋겠다 라는 생각에 애니메이션과를 지원하였습니다.


▲ 사진2 수채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간

Q) 처음에는 필름을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한 것이 아니였군요. 그럼 가장 처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어떤 것인가요?

A) 처음 페스티벌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작품은 'My Journey'라는 2학년 때 작품입니다. 1학년 때는 완전 디즈니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배우게 되어있는데 저의 작품 성향과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동물원 등에 가서 수채화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지만, 애니메이션 데스크에 앉으며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였지요. 그러게 힘들게 시간을 보내던 중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교수님 중 한 분인 (故)Cornelius Cole III께서 제 스케치북을 보시더니, 스케치북에그릴 수 있으면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큰 전환점이 되어 수채화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된 첫 작품이 'My Journey' 였고, 페스티벌을통해 관객들과 같이 작품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희열도 이맘 때 알게 되었습니다.


▲ 사진3 Will의 은사이자 유명한 애니메이터인 Cornelius Cole

Q) 그 전에는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 학교에 가셨다고 했는데, 그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애니메이션 작가에 가까워 지셨군요.

A) 조금 더 수준이 아니고, 그 때 이후로는 완전히 애니메이션 아티스트가 되었지요. 

Q) 수채화 종이는 작화지보다는 훨씬 두꺼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채화 종이 위 에 어떠한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나요?

A)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피사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피사체의 색과 주변의 이팩트만 변하는 경우, 그냥 종이들을 차례로 나열하고 차례로 그려나갑니다. 두 번째 방법은 펀치로 수채화 종이들에 구멍을 뚫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라이트 박스 위에서 작업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주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할 때 쓰고 있습니다. 이 방식을 써야 할 때는 조금 더 얇은 수채화 종이를 사용하여 라이트 박스 위에서 아래 그림이 비출 수 있도록 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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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4 새롭게 재작중인 수채화 단편 애니메이션


Q) 지금까지 만들어온 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A) ‘Naked Branches’라는 CALARTS 졸업작품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항상 실험 애니메이션에 치우친 작품을 해왔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실험애니메이션에 네러티브적인 요소를 많이 녹여내려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캠코더로 동물원에서 공작새들을 녹화하는 등 리서치도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Q) ‘Naked Branches’가 네러티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지면 여전히 매우 실험적인 영상입니다.Will님의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실험 애니메이션이고요. CALARTS에도 실험 애니메이션과 가 있는데 UCLA 애니메이션 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이유가 있나요?

A) 공부를 더 하게 된 이유는 학위도 있지만, 필름을 계속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4년 동안 같이 지내온 친구들과 교수님들과 공부하면 익숙하긴 하겠지만 조금 더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을 하면 또 다른 시각으로 저의 필름을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Q) Will님의 이력을 보면 가르치는 활동도 계속 해오셨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활동을 해오신 건가요?

A) 대학교 2학년 때 Sony Pictures Media Arts라는 파트너쉽을 통해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미술과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학 때마다 수업을 계속 했고, AltaColleges, Sitka Fine Arts Camp in Alaska등의 아트 워크샾에서도 수업을 했습니다.


Q) 가르치는 일을 일찍 시작하신 편입니다. 혹시 규모가 있는 스튜디오의 프로잭트에 참여 할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A) 저는 기본적으로 순수 예술을 하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사실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계속 작업활동을 하면서 가르치는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겸해왔는데 마침 UCLA 졸업 후에 RCC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현재의 직업이 된 것입니다. 제가 RCC에 올 때만해도 애니메이션과가 없어서 애니메이션과의 커리큘럼 과 매 학기 열리는 RCC Animation Show Case등을 주최하면서 애니메이션과를 정착시켜 나가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업적인 작업을 완전히 배재한 것은 아닙니다. 계속 작업을 이어나다 보니 광고나 다큐멘터리 등의 분야에서 저의 스타일을 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군요. 특히 ‘Symphony of the soil’과 ‘Amazon gold’라는 다큐멘터리 프로잭트에서는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져 역할을 맡아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 사진5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져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Sumphony of the soil' 중
Q) 주제는 계속 바뀌어 왔지만 형식적으로는 비슷한 작품을 해왔습니다. 혹시 작품 스타일에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가 있나요?
A) 몇 명이 있습니다.Faith Hubley라고 UPA 소속 작가이고 팬과 잉크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Ryan Larkin이라고 NFBC 작가 중 한 명인데, 최근에 만들어진 ‘Ryan’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또 한 사람은 William Kentridge라고 South Africa출신 작가인데 주로 목탄으로 작업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저명한 뮤지엄인 LACMA, Getty Center등에서도 전시되었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분은 저의 지도 교수님이 셨던 Corny Cole 교수님도 있습니다. 이 교수님은 워너 브라더스에서 Chuck Jones와 작업하시다가 UPA를 거쳐 개인 스튜디오를 설립하신 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커머셜을 제작해오셨습니다.

▲ 사진6 Will님이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

Q) 전시회도 꾸준히 하시는데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나요?

A) 최근의 전시 혹은 작품상영 경험으로는 제가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피쳐 필름, 'Amazon Gold 가 올 12월 유엔 기후 변화 회의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COP20에서 정식으로 상영하기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애니메이션 디렉터 겸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피쳐 필름, 'Symphony of the Soil'이, 뉴욕타임즈 Critic's Pick 에 채택되면서 영화 리뷰에 잔잔한 감동과 기대치못했던 아름다움으로 지구의 기적과 우리가 숨쉬고 있는 땅에 대한 새로운 존중을 일깨워주는 필름이라는 인트로 와 함께 실렸습니다. 작년에는 일민 미술관에서 갈라파고스 특별전이라는 그룹전을 통해 제 작품을 한국에서 선 보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림이 아닌 영상들을 순수회화와 같은 방식으로 큰 갤러리에서 소개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작품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져도 참여했던 다큐멘터리가 깐느 영화제나 로스엔젤레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된 것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외에는, 2014년 4월에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마드레 에서 'Colors of the Spring' 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주최하였구요, 매년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큰 미술재료 스토어 Blick Art Materials 이 스폰서 하는 파사데나 아트 워크에서 2013년 10월에 전시를 하였습니다.

매거진과 온라인 블로그 쪽에서는, 애니메이션 메거진 (Animation Magazine ) 2007년 9월호 에서 제 애니메이션을 칼아츠 쇼트 를 소개하는 컬럼에서 집이나 갤러리 플라즈마 티비나 스크린에 연속으로 제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감상해도 좋을거같다는 리뷰를 처음 접하면서 제가 애니메이션을 시네마 목적으로만 제작할필요가 없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2013년 12월에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온라인 블로그/매거진 카툰 브루 (Cartoon Brew) 에 저의 애니메이션이 전통 투디 애니메이션 방식과 실험적이고 표현주의 적인 방식히 접목 되었다는 리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7 카툰 브류에 기재된 Will의 작품들

Q)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A) 이제는미디엄을 조금 더 다양하게 확장하고 싶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도 계속해서 동화책 삽화도 하고 싶고 순수 페이팅도 조금 더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단편 애니메이션은 계속 만들고 싶고요. 어떠한 형태의 창작이든 계속해야지 아티스트로 생각하는 방식이 발전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 컨텐츠 진흥원과 CGLand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koreancontent.kr/1513
http://media.cgland.com/news.html?part=visitinterview&modes=view&page=1&no=13163&word=


◎ 사진출처
사진1,2,4 직접촬영
사진3,6 Google Images
사진 5,7 Will Kim님 제공
Will Kim 개인 홈페이지: http://www.willk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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