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 #12] 얽메이지 않고 창작하고 싶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

얽메이지 않고 창작하고 싶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

미국 센프란시스코. 빅토리아풍의 아담한 집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이 시려운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매력적인 언덕의 도시. 그 안에 ‘Japan Town’이라는 동양의 느낌을 미 서부 도시에 한방울 떨어뜨려놓은 듯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곳에 김이나 작가의 공방이 있었습니다. 마을이 풍기는 독특함처럼 조금은 특이하고 재미있게 세상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사진 1> 김이나 작가님의 공방에서

Q. 안녕하세요, 이나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매거진에 들어가는 삽화(애디토리얼)작업을 주로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입니다. 회사에 얽매여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여서 스튜디오에서 주로 혼자 작업합니다.

<사진02> 매거진에 실린 김이나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들


Q. 여러가지 프로잭트 중 특별리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잭트가 있나요?


A. 최근에 한 작업으로는 ‘크로니클'이라는 출판사에서 내년(2014)에 발행하는 80여명의 인물을 다루는 책 작업에 참여한 것이 재밌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벨 그라헴과 같은 유명인사들의 성공을 도와 준 최측근 혹은 이인자에 관한 내용의 책인데, 출판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선택해서 각각 한두명씩 그리도록 의뢰가 왔었습니다. 제가 그린 인물은 벨의 어시스턴트였는데, 출판사에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재밌게 작업했던 프로잭트입니다.

<사진 03> 크로니클과 함께 했던 프로잭트의 삽화


Q.  그러한 프로잭트는 어떻게 연락을 받고 시작한 것인가요? 본인이 직접 자기자신을 프로모션 하기도 하나요?


A. 이번 프로잭트는 뉴욕에있는 디자이너의 소개로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절반정도의 일은 매거진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진행하였고, 나머지 절만은 제가 연락해서 성사된 일들입니다. 포스터 카드도 만들고 해서 좀 더 프로모션을 해야하는데, 약간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홍보용 포스터 카드도 잘 만들지 않을거면 안 만드는게 낫다는 생각에 진행을 못하고 있네요.


Q. 보통 한번 같이 일했던 회사들은 계속 같이 일하게 되는지요?


A. 한번 같이 프로잭트를 진행했던 회사들은 제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그림이 필요할 땐 연락이 다시 옵니다. 하지만 보통 다시 연락이 오는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여러 회사들과 잘 관계를 유지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사진 04> 일러스트레이션의 밑작업들

Q.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A. 2년전에 한국에 놀러가려고 계획을 했는데,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갑작스럽게 상수동에 작은 까페에서 전시를 잡고 전시 때문에 가는거라는 핑계를 댔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벌려놓고 나니 전시 준비하 하나도 안 되있고 뭘 그려야 할지도 막막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가기 딱 2주 전 부터 미친듯이 그린 그림들이 ‘the secret knots series’ 라는 타이틀의 작품들입니다. 정신없이 그린 작품들인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 해줬고, 팔린 작품들의 수익은 좋은 곳에 기부했던 프로잭트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후에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여행 갈때도 새로 오픈하는 가구점 같은 곳에 전시회를 잡아 여행겸 전시를 같이 진행하는 습관(?)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사진 05> The Secret Knots series


Q.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 과테말라도 다녀 왔다고 알고 있는데, 여행을 많이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A.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게 잘못하면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직업이라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각자 삶이 바뻐질 수록 점점 맞추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같이 여행을 하게되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혹은 살아왔는지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장소를 보는 것은 당연히 작업을 하는데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Q. 작업은 주로 어떤 미디엄으로 하시나요?


A. 디지털로 작업하는 경우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스캔해서 포토샾에서 칼라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수작업으로 할 때는 잉크와 과슈로 많이 작업합니다.

<사진 06>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김이나 작가의 창작 도구들

Q. 원래 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A. 한국에 있을 때는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쓰는 직업으로 가고 싶었는데, 미국에 오면서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웃음) 말로 잘 안 되니 그림을 좀 그리기 시작했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정말 잘 그린 그림들이 아닌데 친구들이 너무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거에요. 그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에 약간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로모 카메라에 빠져서 고등학교 까지 직접 필름 현상, 인화도 하면서 사진작업에 한창 빠졌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사진 분야로 가고자 했는데, 막상 커리큘럼을 보니 제가 고등학교 3년 동안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그대도 또 배우는 커리큘럼이었습니다. 그래서 페인팅 클레스 위주로 듣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계속 그림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사진은 지금도 계속 찍고 계신 건가요?


A. 요즘은 그림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서 취미로만 찍고 있는데, 몇년 전에는 매거진에 실리는 용도의 사진도 가끔 찍었습니다. 그 때는 사진도 그림도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둘다 잘하려니 하나의 분야에 완전 포커스 할 수 없어서, 일단 일러스트레이터로 제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 까지는 일러스트레이션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진 07> 일러스트레이션 처럼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나 작가의 사진작업


Q. 중간에 CCA(California College of Arts) 일러스트레이션과에 편입하고 졸업 후에는 지금까지 쭉 일러스트레이션을 해오신거군요.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야 되겠다 마음 먹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였을 것 같아요. 워낙 그 분야도 경쟁이 치열한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사실 일러스트레이션과를 졸업하면서도 사람들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하더군요. 한 5년 정도 일해야 그나마 고정적으로 일이 들어오는 상황이 될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진짜 그럴까하는 약간의 오기와,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종종해왔는데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조용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건 부모님 설득하는 거였죠.(웃음)


Q. 작품을 보면 포트레이트(인물화) 작업이 많은데, 특별히 얼굴을 많이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A. 사람이 그리워서? 그냥 사람 얼굴을 살펴보고 그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대학 때 까지는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처럼 자유롭게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한번은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려서 전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전시때 게스트중 한명이 제가 정통 회화를 못해서 아이들 그림처럼 그리는 줄 알았다고 하는 거에요. 그때 기분이 약간 상해서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그리는 연습을 시작했는데, 그때 일이 계기가 되어 얼굴을 그리는데 재미를 붙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주변사람 위주로 그리고, 그 이후엔 스티브잡스 처럼 잘 알려진 사람을 그리다가 요즘엔 제가 캐릭터를 창조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습관처럼 사람들을 살펴보고 얼굴을 그리는 것 같아요.

<사진 08> 포트레이트 습작중 하나인 스티브잡스

Q. 매거진 일러스트레션 말고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도 있나요?


A. 제가 직업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용 책은 아니고 10대 정도 애들이 볼 만한 이야기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글을 쓰며 사는 것이여서 글과 그림을 다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면 정말 좋을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판사와의 관계가 그런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출판사 아트디랙터와 만날 수 있는 행사는 종종 참여해서 제가하는 작업을 조금씩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작품을 시작할 때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A. 영감은 주로 일상에서 얻는 편이예요. 지나가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들, 내가 누구에게 들려줬던 말들. 주인이 없는 옛날 물건들, 그냥 여러가지 잡스러운 상상들.

<사진 09> 과테말라 여행 노트와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이나작가

Q. 작품에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A.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특별히 따로 없고, 본 받고 싶은 작가라면 좀 거대하기는 하지만 파블로 피카소. 그는 어려서 부터 죽기 전 까지 계속 창작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발전해나갔고 페인팅 말고도 조소, 세라믹등 여러가지 분야에서도 빛을 낸 작가인것 같아요. 저도 나이라는 것에 얽메이지 않고 계속 창작활동을 하면서, 일러스트 말고도 여러분야에 관심이 있고 빛을 낼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10> 최근 파리에 있는 뮤지션과 콜레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프로잭트


Q. Asian Contemporary Arts에 프로그램 어시스턴트라는 프로필도 있던데, 어떤일을 하시는 건가요?


A. 센프란시스코에서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Asian Contemporary Arts Events’ 같은 행사진행도 도와주고, 웹사이트 디자인과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를 담당해서 하고 있습니다. 종종 아시아 아티스트들 홍보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앞으로도 열심히 개인작업도 하고 여행도하고 하고 싶습니다. 가깝게는 올해 베트남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매거진 작업은 센프란시스코 보다 뉴욕이 훨씬 크기 때문에, 30세 이전에 뉴욕으로 건너가는 것도 가까운 꿈중 하나입니다.  


 
◎사진출처
<사진 01 & 03> - 직접 촬영
<사진 02, 04, 05, 06, 07, 08, 09, & 10> - 김이나님 웹싸이트(http://yinakim.com/)

이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 컨텐츠 진흥원 상상마당과 ppss.kr 에도 연재 되고 있습니다.
http://koreancontent.kr/1840
http://ppss.kr/archives/27951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MIKA #18]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장혜원(돌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