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 #15] 모바일이 미래다 - ‘Storm 8’ UI 엔지니어 조안나

모바일이 미래다 - ‘Storm 8’ UI 엔지니어 조안나

<사진 1> 'Storm 8'에서 만난 조안나님

UI(User Interface)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소통을 직관적, 그리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Storm 8’*의 UI 엔지니어 조안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Storm 8- ‘Perry Tam’, ‘Laura Yip’, ‘Chak Ming Li’등 페이스북 출신 엔지니어들이 켈리포니아 레드우드 씨티에서 시작한 모바일 게임회사. 4년 반 사이 40여개의 게임 타이틀을 출시하였고, 2014년 현재 매달 엑티브 유저수 500만명선, 그리고 게임 총 다운로드 수는 6억번을 넘겼다. 대표 게임으로는 ‘쥬얼 매니아', ‘버블 매니아', ‘베이커리 스토리', 그리고 ‘월드 워' 등이 있다. 최근에는 퍼블리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였다.

<사진 2> 입구에 들어서면 게임회사 답게 알록달록한 칼라들의 반겨준다

Q. 안녕하세요, 선배님.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UI 엔지니어'라는 타이틀로 근무하고 계시는데, UI 엔지니어가 어떠한 포지션이고 UI 디자이너와의 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컴퓨터가 예전과 달리 손으로 직접 터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UI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애플이 터치하는 디바이스들의 선주 주자가 된 것도 전통적으로 UI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오던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UI 엔지니어는 UI 디자이너가 만들어 낸 디자인 리소스 위에 코딩을 얹어서 기능이 실행되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Storm 8’은 아직 부서별 역할이 고착화 되지않은 젊은 회사인 만큼 UI 엔지니어도 디자인의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 개발자와 같이 수평적 관계로 토론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D로 제작되는 UI 디자인 리소스는 실제 디바이스에서 실행해 보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이너도 프로잭트 초기부터 디바이스에서 실행되는 UI를 체크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 ‘Storm 8’은 최근 몇년간 급성장한 모바일 게임제작 스튜디오입니다. 간단히 회사 소개 부탁드릴께요.

A. ‘Storm 8’은 한국에서는 ‘Team Lav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에 페이스북에서 만난 3명의 엔지니어가 퇴사 후 설립한 모바일 게임회사로, ‘레스토랑 스토리', ‘버블 매니아', ‘쥬얼 매니아'등 캐주얼 게임들을 기반으로 성장하여 북미 게임회사 매출 탑 10 안에 들어가는 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사진 3>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들의 포스터가 전시된 공간에서

Q. 입사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있던 프로잭트는 무었일까요?

A. 'Storm 8'에 입사 후 처음 참여했던 게임인 ‘버블 매니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첫 프로잭트가 출시된 날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흥분된 마음으로 밤새 리뷰를 체크했습니다. 리뷰를 읽어 나가던 중 마음에 걸리는 글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는데, 한 유저분이 본인은 색맹이어서 색깔별로 버블을 맞추는 게 힘들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 리뷰 글을 다음날 회사에가서 회의 주제로 제안하였고, 제안이 받아들여져 ‘색맹 모드'라는 버전을 업데이트하게 되었습니다. ‘색맹 모드'라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단순히 색깔별로 다른 종류의 패턴을 얹어 놓은것입니다. 실제 색맹 유저를 돕기 위해 출발한 ‘색맹 모드'는 의외로 일반 사람들에게도 크게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유인 즉슨 밝은 빛 아래서는 색 구분이 쉽지 않은데, 색깔별 패턴들이 버블들을 구분하는데 도움됬다는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유저들과의 직접적인 소통 그리고 제가 어느정도 주도 했던 업데이트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게임 프로잭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출시한지 2년이 넘은 이 프로잭트는 여전히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기도 하고요. (웃음) 

<사진 4> '색맹 모드'의 방아쇠가된 리뷰

<사진 5> '색맹 모드'가 적용된 게임화면
  
Q. UI 엔지니어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떤 것인가요?

A. UI의 특성상 각 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그러한 의견 차이를 어떻게 하나의 실행 가능한 UI로 녹여내느냐가 제일 힘든 부분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들, 프로덕트 스탭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실제 디바이스에서 최종 결과물을 구현해야하는 UI 엔지니어들은 의견들을 잘 조율하여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입니다.

Q. 회사에 조인할 당시는 회사의 규모나 명성이 지금과 같지 안 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Storm 8’으로 이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었일까요?

A. 2011년 스튜디오에 합류할 당시는 60여명 정도의 작은 회사 였습니다. ‘리듬앤 휴' ('Rhythm & Hue')*라는 영화 후반 작업 전문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고 있던 당시, 친구의 소개로 ‘Storm 8’을 알게되었습니다. 마침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회사의 비전이나 분위기를 설립자들의 인터뷰 글을 통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단 한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을 만큼 프로덕트들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구조가 마음에 들었고, 젊은 회사인 만큼 발전해가며 자연스럽게 스며나오는 역동적인 분위기도 'Storm 8'으로이직을 결정하게된 이유중 하나입니다.

<사진 6> 24시간 안에 게임을 만들어 발표하는 이벤트인 'Hackathan'을 이어가고 있다. 밤을 새며 게임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하는 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Q. 아무리 기사를 통해 회사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았다지만, 영화 분야에서 게임 분야로 전향하는 것은 큰 결심입니다. 원래 게임에 관심이 있었나요?

A. 이직 당시는 게임분야를 사실 잘 몰랐습니다. 다만 모바일이 미래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직 후 게임 프로잭트에 참여하면서 게이머가 되었는데, 기존 미디어와 달리 인터렉티브한 매체라는 매력에 빠져 지금은 여러 종류의 모바일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제작 부분도 전통적인 영화나 콘솔 게임과 차이가 있는데, 짧은 시간에 적은 자본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갑니다. 보통 2~3년을 필요로 하는 콘솔 게임, 영화와 달리 모바일 게임의 주기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8개월 안에 프로덕션을 끝내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 훨씬 다이나믹합니다. 이렇게 짧은 제작 주기는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도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을 통해 배운 점도 게임을 만들때 도움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그룹으로 프로잭트를 진행하는 습관과 컨텐츠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려는 습관등이 특히 도움되는 부분들 입니다.

Q.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였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애니메이션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A. 사실 고등학교때 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는 하고싶은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점수에 맞춰서 학교를 선택하던 시절이라 저도 그러한 흐름에 따르던 평범한 학생중 한명이어서 컴퓨터 공학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며 에니메이션이 디지털화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 공학 능력을 영상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왔습니다. 다시 에니메이션 제작을 꿈을 꾸며 USC Cinema 스쿨에 지원하였고, 영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7> USC Cinema school의 전경

Q. 모바일이 미래라고 하셨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도 포화상태에 가까워졌습니다. 지난 수년간 높은 주가를 올리던 ‘Zynga’*도 작년 올해 연속으로 대규모 레이오프를 하였고요. 북미의 모바일 게임 시장과 모바일 제작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A. 3~4년 전만해도 보통 수준의 모바일 게임도 수익을 올 릴 수 있었지만, 현재 차트를 보면 탑 10 게임들은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웰메이드 게임들만 살아 남는 구조가 되었고, 이는 모바일 게임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의미입니다. ‘Storm 8’도 이러한 현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캐쥬얼 게임 뿐만 아니라 미드코어 게임등 여러 장르와 규모의 게임을 높은 수준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Zynga - ‘FarmVille’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페이스북 & 모바일 게임 회사

Q. 요즘은 유럽과 아시아의 모바일 게임이 강세입니다. 북미 모바일 게임회사들은 이러한 판세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고 있나요?

A. 북미 회사들은 일단 테크니컬한 부분에서는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Java’, ‘Python’등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가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졌고, 그러한 언어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북미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문제점은 게임에 대한 인식인 듯 합니다. 유럽의 유명 모바일 게임회사인 ‘슈퍼셀'*은 UI까지도 특허를 낼 만큼 디자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게임 자체를 아트를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미 회사들은 테크니컬한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게임을 운용할 수 있는 플렛폼을 소유한 회사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애플, 구글등이 미국 회사이고, 이 회사들과 긴밀하게 인터랙션 할 수 있는 제도적, 지리적 이점을 북미 회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주도권이 북미로 넘어 오지 않을까하는 예측도 해봅니다.

*SuperCell - ‘헤이데이', ‘크래쉬 오브 클랜', 그리고 ‘붐비치' 이 3가지 게임을 연달아 빅히트 시키면서 모바일 게임계의 슈퍼스타 스튜디오로 떠올랐다. 2013년에 일본의 거대 모바일 게임 회사인 ‘겅호’가 슈퍼셀 주식 51%를 2.1조원에 매입하면서 자본력도 거대한 스튜디오가 되었다.
<사진 8> 슈퍼셀의 '크레쉬 오브 클랜' 과 '헤이 데이'

Q. ‘Storm 8’ 은 상업적으로 매우 성공하고 있지만, 유럽의 게임들을 모방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나요?

A. 비지니스적인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미 증명된 컨셉의 프로잭트를 하는 것이 위험도를 줄이기 때문에 이해되는 행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방으로 보이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넘버 1 게임이 카지노 게임인 것 처럼 오리지널한 것이 성공하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긴 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탑 10이 아닌 그 이상을 노린다면 분명 오리지널 컨텐츠가 있어야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잭트는?

A. 몇년 전부터 유행하던 ‘크래쉬 오브 클랜' 같이 남을 공격해야하는 게임은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재미를 못 느끼겠더군요. 오히려 슈퍼셀의 다른 작품인 ‘헤이 데이' 처럼 자신의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게임이 제 성향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와 공간을 꾸미며 발전시키는 종류의 게임이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잭트입니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었인가요?

A. ‘Storm 8’에 있는 동안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꿈이고, 장기적으로는 제 이름을 걸고 색깔있는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이 꿈입니다.

@사진 출처
<사진 1,2,3 & 6> - 직접촬영
<사진 4 & 5> - 조안나씨 제공
<사진 7> - USC 홈페이지
<사진 8> - SuperCe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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