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오월의 저녁무렵, 학교에 돌아와 숙부님 댁 이층에 자리한 내 공부방에서, 맞은편 나즉한 동산은 바라본다. 실록의 산허리가 서녁 노을빛을 받아, 마치 들판 한가운데 금빛의 병풍을 세워논 것처럼 보인다. 그럴때 나는 금각사를 연상했다.

 사진이나 교과서에서 현실의 금각사를 종종 대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오히려 아버지가 들려준 금각사의 환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아버지는 결코 현실의 금각사가 황금빛으로 찬연히 빛나고 있다고 말하시진 않으시겠지만, 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으면 금각사 만큼 아름다운 것은 다시 지상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금각'이라는 글자라던가, 그 음운에서 내 마음이 그려낸 금각은 실로 엄청난 것이 었다. 저 멀리 논바닦에 햇살에 반짝이는 걸 보고나 하면, 그건 보이지 않는 금각사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후쿠이현과 이쪽 쿄오토구의 경계를 이룬 요시자카 고개는 바로 동쪽이 된다. 그 고갯마루에서 해가 떠오른다. 그쪽이 실제 교토와는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산골짜기로 퍼저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금각사가 아침하늘에 우뚝 솟아 오른걸 보곤하였다. 이런식으로 금각사는 여기저기 온갖 곳에 나타났으며, 그러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고장에 있다아있는 바다나 매한가지 였다.

 마이즈루만은 시라쿠 마을의 서쪽으로 1.5마일 반정도 가면있는데, 산에 가로막혀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고장에는 언재나 바다의 예감같은 것이 감돌고 있었다. 바람에서도 이따음 바닷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며, 파도가 심해지만 수없는 갈매기때들이 날아와 논바닥에 앉곤하였다.

 몸이 약한 나는 달리기를 해도 철봉을 해도 남에게 지기만 했다. 게다가 나는 선천적인 말더듬이 여서 갈 수록 주늑이들었다. 그리고 모두들 내가 중의 아들이란걸 알고 있었다...

... 말을 더듬는 다는 건 어쩔 수 없이 나와 바깥세계 사이에 하나의 장벽이 되었다. 언제나 최초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와주지가 않았다. 그 최초의 소리가 나의 내부와 외부 세계사이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라고 할때, 그 열쇠가 쉽게 열린적이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마음대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와 외부 사이의 문을 열어 놓은채 바람 소통이 잘 되고 있지만, 내게는 그게 아무리해도 되질 않는다. 열쇠가 녹슬어 버린 것이다. 말더듬이가 말문을 열려고 조마심을 치고 있는 동안, 그는 마치 내부의 찰진 찰떡에서 몸을 떼네어 내려고 몸부림치며 파닥거리고 있는 참새와도 다를바가 없었다. 겨우 몸을 때어냈을 때는 이미 늦다. 과연 바깥 세계의 현실이 내가 쩔쩔 매는 동안 일손을 쉬고 기다려주는 것 처럼 여겨지는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다려주는 현실은 이미 신선한 현실이 아닌 것이다. 내가 애써서 바깥 세계에 도달해봤자 언제나 거기에는 순식간에 빛이 바래고 어긋나버린, 그리하여 그것만이 내게 걸맞는 듯한 낡은 현실, 절반쯤 상한 현실이 가로 놓여있을 뿐이었다...



금각사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동양적 응답이다.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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