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나, 춤추는 카메라, 그리고 데미안 차젤
LA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에겐 반칙과 같은 영화이다.
'미아(엠마 스톤 분)'와 같이 몽상(Pipe dream)을 쫓아 무작정 왔던 LA. 매 순간 변주되는 재즈와 같이 앞을 알 수 없고, 즉흥적이었던 3년간의 LA에서의 삶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갈등과 고민의 시간속에 지나쳤던 배경들이 스크린에 아련하게 펼쳐지니 무장해제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졸업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진행할때, 하루만에 100여명의 배우들이 지원하는 현상을 보며 그들의 꿈을 너무 흔한 꿈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치부해버렸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추억을 집요하게 쫓고있는 영화이다. 옛 헐리우드 방식의 매치 오버래핑, 사운드 컷, 클레식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등을 모조리 섞어가며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젊은 감독 특유의 발랄함을 잊지 않았다. 특히 공연 장면과 뮤지컬 장면에서 드러난 데미안 차젤 감독 특유의 춤추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은 자칫 너무 옛것 같을 수 있는 영화에 감칠맛을 돋구는 향신료가 되주었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은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미아에게 데미안 차젤 감독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의 입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게 꿈을 포기하는 이유라고? 내가 설득될만한 이유를 말해줘.'
자칫 오만하고 교조적일 수 있는 이러한 주장을 어쩌면 데미안 차젤이기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의 단편 작품을 '위플레쉬'라는 수작으로 기어이 이끌어 냈고, 재즈에 대한 그의 사랑 또한 혼신을 다해 두편의 영화를 통해 표현했다. 이런 그이기에 초라한 모습으로 발버둥치는 나의 모습이 꿈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집으로 똘똘 뭉친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은 과연 어떻게 더 진화해 갈까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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