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 #06] 굳어있는 데이터를 부드럽게 반죽하다- 드림웍스 캐릭터 TD 김선화

굳어있는 데이터를 부드럽게 반죽하다

드림웍스 캐릭터 TD 김선화

<사진1> 드림웍스 큐브에서 김선화 캐릭터 TD

고무처럼 말랑거리는 쿵푸팬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래곤들, 그리고 원시인들의 기상천외한 움직임까지... 드림웍스는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재밌는 표정과 동작을 만들어 왔습니다. 3D 애니메이션 속 생생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사실 3D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수많은 점들의 위치 정보로 이루어진 데이터 덩어리의 움직임입니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모델러가 3D 소프트웨어에서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TD(Technical Director)가 모델들에 뼈대를 만들고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도록 컨트롤러들을 생성합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터들이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는 연기를 만들어 냅니다. 데이터 덩어리를 움직일 수 있는 인형으로 만들어 주는 캐릭터 TD 김선화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캐릭터 TD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A) 캐릭터 TD는 모델러분들이 만들어 준 캐릭터들에 가상의 뼈와 근육을 만들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캐릭터 TD의 분야는 크게 얼굴 부분의 리깅(Rigging)*을 하는 사람과 몸 부분의 리깅을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집니다. 몸부분을 담당한 사람은 몸의 움직임(Motion)과 자연스러운 형태(Deformation)를 조절 할 수 있는 셋업에 집중하고, 얼굴을 담당한 사람은 얼굴 표정을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이 두가지 셋업이 다 완성되면 하나의 캐릭터에 합치게됩니다. 때로는 옷과 머리카락도 조절이 가능 하도록 세팅을 합니다. 보통 시뮬레이션으로 옷과 머리카락은 랜더링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옷과 머리카락의 형태를 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용으로 셋업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크루즈 패밀리’의 주인공 앞머리와 같이 특정한 모양을 유지해야하는 경우는 저희가 해주는 세팅으로 애니메이터들이 일일히 모양을 유지하며 애니메이션했습니다.


* Rigging: 3D 애니메이션이나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용어로, 캐릭터에 뼈대를 심어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사진2> 리깅이 없는 상태의 캐릭터는 T자 형태만 유지하고 있지만, 리깅을 마친 캐릭터는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다.

Q) 머리카락이 긴 캐릭터들은 머리카락의 형태가 실루엣을 결정하는 큰 요소중 하나입니다. 애니메이터들이 리깅된 머리카락으로 모양을 만들면 그 모양대로 시물레이션을 하나요?

A) 머리카락아니 옷 모양이 중요한 장면이나 캐릭터는 애니메이터들이 저희가 셋업한 리깅으로 먼저 모양을 잡고 시뮬레이션 팀이 그 모양을 유지하며 랜더링하려고 노력합니다. 장면과 캐릭터에 따라 부서별 협업이 중요합니다.

Q) 캐릭터의 표정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표정 차트를 넘겨주나요?

A)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이후에 애니메이터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표정을 제시해주면 서로 상의하며 만들어 나갑니다.

Q)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아니라 애니메이터들이 표정을 제시하나요?

A) 네 디자인 팀과 스토리팀은 주로 캐릭터의 성격을 많이 디벨롭해주고, 애니메이터들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표정을 많이 제시해주는 편입니다.




<사진3> 김선화 님이 작업한 '크루즈 패밀리'의 'Sandy'


Q) 지금까지 드림웍스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오셨나요?

A) '크루즈 패밀리' 그리고 '터보'는 프로덕션 전반적으로 참여했고, '장화신은 고양이' , '가디언스'는 중간에 서포트 하는 형식으로 몇개월간 참여 했었습니다. '크루즈 패밀리'가 처음으로 드림웍스에서 했던 작업으로, Sandy 와 Ugga 그리고 여러 Creature 페이셜 작업을 하였습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에서는 고양이들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제가 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올해 개봉한 
Peabody & sherman, 그리고 2015년에 개봉될 B.O.O에서 일을하였고, 지금은 2016년에 개봉할 Boss Baby 영화작업을 하고있습니다.


<사진4> 김선화 TD가 참여한 '터보'의 한장면

Q)
어떻게 해서 캐릭터 TD는 되신건가요?


A) 아주대학교 미디어학부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동안, 저의 성향이 완전한 아티스트 혹은 완전한 테크니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하다보면 프로그래밍이 하고 싶고 프로그래밍을 할 때면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다고나 할까요? 애니메이션 단편을 만들며 애니메이터와 리거로서 참여하며 했던 작업들은 저의 아티스트로서의 열정과 테크니컬적인 지적 호기심 둘다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작업들이였습니다. 학부를 졸업할 때쯤 어떻게 제작하는지보다, 무엇을 제작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컨텐츠를 제작할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에듀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고, 그쪽으로 프로젝트나 공부를 할수 있는 카네기멜론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ETC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여러 프로젝트들을 해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두번째 학기를 실리콘밸리 캠퍼스에서 공부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드림웍스에 학생, 졸업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챌린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학부때도 그럼 계속 프로그래밍 공부도 하신건가요?

A) 네. 학부때 프로그래밍 공부한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TD 포지션 인터뷰때도 학교에서 프로그래밍과 수학에 관한 어떠한 수업을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봤습니다. 회사에 들어와 보니 70~80%의 캐릭터 TD들이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어서 프로그래밍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부서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사진5> 생동감 있는 표정과 몸동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애니메이터와의 협업이 중요

Q)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부서인데 인터뷰나 일할때 힘들지 않았나요?

A) 사실 인터뷰를 보러가면서도 제가 뽑힐 거라는 전혀 생각을 안해서 그런지 긴장은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드림웍스라는 큰 회사의 사람들앞에서 제가 한것들을 보여주고 제가 설명하는걸 저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사실에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입사해서 첫 1년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였습니다. 드림웍스에서는 리깅에 인하우스 툴을 쓰기때문에 트레이닝 기간만 몇달씩 됩니다. 당시 생활 영어도 서툰데 회사안에서 쓰는 용어들과 한국말로 배웠던 수학용어들도 모두 영어로 들으니 모든 것이 생소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영어가 서툰 아시안이나 유럽인들에게 영어수업을 해주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것또한 평가되어지고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요. 그렇게 첫 1년동안은 밤늦게 회사에 남아서 이것저것 열어보고 분석해보고 고민하면서 많을것을 배워갔습니다.

Q) 어떤 프로그램 언어를 공부하는게 좋을까요?

A) 파이썬(Python)이 요즘에 가장 범용으로 사용되는 강력한 언어인 것 같습니다.

<사진6> 김선화 TD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중 올해 개봉했던 'Peabody & Sherman'

Q) 유학을 올 때 콘텐츠 전반을 다루는 분야, 특히 에듀테인먼트쪽으로 집중하고 싶다고 했는데, 캐릭터 TD는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 중에서도 굉장히 세부적인 직업입니다.

A) 네 맞아요. 드림웍스라는 회사에서 캐릭터TD로 일한다는것 또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면서 꿈꿨던 것중에 하나였기에 제겐 너무나 큰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테크니컬한 부분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이 경험들이 제가 이루고자 하는것에 다가갈수 있게 해줄 훌륭한 디딤돌이 되어줄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도 계속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드림웍스에서 캐릭터 TD로 일하면서 큰 규모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디테일과 다른 부서 혹은 동료와의 협업 또 헐리웃 애니메이션 제작 파이프라인등 정말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TD라는 업무의 특성상 영화의 큰 그림보다는 캐릭터의 입꼬리 눈썹모양과 같은 디테일에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습니다. 요즘은 조금 더 큰 그림을 보는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고, 에듀테인먼트나 웹서비스 콘텐츠와 같이 다른 분야까지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현재는 미래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많이 열어 놓은 상태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미디엄 자체가 사회적으로 메세지를 전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쌍방향 피드백이 필요한 미디엄이 아니기 때문에 차후에는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가 더 소통할 수 있는 미디엄도 다뤄보고 싶습니다.

흔히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종종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예상치 못한 기회가 오기도 합니다. 김선화 TD님은 항상 캐릭터 TD가 되기 위해 준비해 오지는 않았지만, 다가온 기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성장을 통해 본래 하고 싶어하던 꿈과 현재하고 있는 일의 거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상황을 극복해 가며 성장해온 모습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 사진출처
- 사진 1,3,4,5 김선화TD님 제공 
- 사진 2,6 구글 이미지 검색
MIKA 인터뷰 시리즈는 KOCCA와 CGLand.com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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