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8, 2013

[MIKA#07] 손때가 묻어야 살아난다 - 스탑모션 아티스트 김강민

<사진1> 컷아웃 애니메이션의 퍼펫들

<사진2> 38-39 ℃의 퍼펫(Puppet)을 보여주시는 강민님


3D 애니메이션이 상업 애니메이션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적(Aardman Animation Studio)*’, ‘코렐라인(Henry Selrick)*’, ‘파라노먼(Laika Studio)*’, 그리고 ‘프랭킨위니(Tim Burton)*’ 등 요즘에도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제작되어 오고 있고 사랑 받아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장면을 연출할 때 공간적 제약도 많이 있는 스탑모션을 계속 제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손맛’이 주는 매력 때문일 것입니다. 손으로 일일이 캐릭터의 관절을 움직이고 표정을 만들어가며 한 프레임씩 찍는 스탑모션은 불완전함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 그 매력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손맛'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김강민님을 만나보았습니다.

*Aardman Animation Studio: 치킨런, 월레스엔 그로밋등 특유의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해온 영국의 애니메이션 회사

*Henry Selrick: ‘크리스마스의 악몽’, ‘코렐라인’ 등으로 잘 알려진 디랙터

*Laika Studio: ‘코렐라인’ 제작 회사였고, 최근에는 ‘파라노먼’을 자체 제작하였다. 시에틀에 위치해있다.

*Tim Burton: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오가며 특유의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감독. 애니메이션으로는 ‘유령신부’에 이어 2012년에는 ‘프랭킨위니’을 제작하였다.


Q) 처음에 어떻게 스탑모션을 접하게 되셨나요?

A) 한국에서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1학년 전공 수업 중에 철사로 사람 손을 만든다거나 골판지로 독창적인 의자를 디자인 하는 등 수작업이 주를 이루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 수업의 영향을 받아, 2학년때 듣는 컴퓨터를 이용한 그래픽 수업에서도 수작업으로 소스를 많이 제작하였습니다. 결국은 졸업작품까지 손을 많이 타는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습니다.


Q)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에서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졸업작품으로 제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갖은 이유가 있었나요?

A) 2학년 때 지인분을 통해 ‘윈디시티의 Elnino Prodigo’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구성이 크게 드로잉 파트와 스탑모션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저와 설화(프로잭트 파트너이자 아내분)가 스탑모션 쪽을 맡아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 다룰 수 있던 종이를 이용했고, 작은 전구들을 이용해 간단한 조명을 설치해 집에서 찍었습니다. 촬영을 할 때도 셧터 릴리즈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촬영해야 흔들림 없는 화면을 찍을 수 있는데, 그 때는 그런 방법이 있는지도 몰라서 카메라 셧터를 직접 누르며 찍었습니다. 당연히 화면도 많이 흔들거렸지요. 정말 투박한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재현하기 힘든 그 느낌이 때로는 그립기도 합니다.

뮤직 비디오가 완성된 후 홍대 앞에 ‘이리까페’라는 곳에서 첫 시사회 겸 전시회를 했는데, 그 곳에서 처음 관객과의 소통을 경험했습니다. 근처 감자탕 집 아주머니가 떡도 만들어 오시고 사람들과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하며 영상을 감상하는 경험이 너무 새로웠습니다. 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포스터 등을 디자인을 했지만, 이처럼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영상1> SADI 재학시절 제작에 참여한 뮤직비디오


Q) 물론 상영회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과 포스터 제작을 통해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다른 방식의 소통입니다. 하지만 포스터도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그 정보에 반응하는 일종의 소통이 포함되어있지 않나요?

A) 저에게 포스터는 주로 정보 전달이 목적인 미디엄이라면, 뮤직비디오는 관객이 즐겁게 봐주길 바라는 미디엄으로 전혀 다른 목적의 것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며 그 주제에 관해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나 할까요? 이 작업을 계기로 졸업작품도 스탑모션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3> 강민님이 SADI시절 디자인한 포스터


Q)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영상에 관해 공부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A) 아니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보면 모든 카메라 움직임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에요. 1초에 몇 장을 만들어야 되고, 빠르고 느린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또 세트 크기도 너무 작게 만들어서 카메라 움직임에도 너무 제약이 많이 있었습니다.


Q) 컷아웃*을 이용한 작품이 많은데 컷아웃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Calarts(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공부하는 동안 스탑모션에 관한 수업을 듣기는 했는데, 컷아웃 방식의 스탑모션을 배우는 수업은 아니였습니다. 수업 중에 스탑모션을 이용한 작품을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퍼펫과 세트의 재질에 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채화 종이의 질감에 매료되어 수채화 종이를 이용하여 컷아웃 퍼펫을 제작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트는 퍼펫과 다르게 입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입체적인 것과 평면적인 것이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할 때 묘한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주로 2D와 3D적인 요소를 섞어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컷아웃 방식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익힌 일러스트적인 느낌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컷아웃(Cut-out): 종이등을 이용하여 퍼펫(Puppet)이나 세트를 제작하여, 평면적인 이미지의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Q) 학부 졸업작품인 ‘방문’은 골판지를 이용해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고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건가요?

A) ‘방문’의 시작은 저의 고향인 인천에 관한 기억을 묘사한 일러스트 북이었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미국, 중국, 일본 군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여러 문화가 섞여있어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바탕으로 일러스트 북을 제작하였는데, 입체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일러스트 북에 포함하기 위해 골판지 도시를 제작하였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위한 작업이 계속 발전되어 애니메이션까지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진4> '방문' 일러스트레이션 북


Q) ‘방문’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영감을 얻으셨군요. 38-39℃의 배경은 대중 목욕탕인데, 대중 목욕탕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었던 건가요?

A) 아버지를 회상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장소가 대중 목욕탕이었습니다. 어릴 때 거의 매주 낡은 대중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의 때를 밀어주고, 목욕이 끝나면 바나나 우유를 마셨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사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굉장히 서먹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유일한 스킨쉽을 할 수 있던 공간이 목욕탕이었습니다. 아버지 등을 볼 때면 짠한 느낌과 미운 느낌을 동시에 느껴지는 기분 있잖아요. 그 느낌을 영상으로 전달하고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영상 2> 38-39℃

<영상 3> 38-39℃ 메이킹 영상

<사진5> 38-39℃ 이미지들


Q) 강민님의 작품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런 뜻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실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처음 영상을 접할 때는 어떤 의도인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포스터 제작과 같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미디엄을 다루다가 실험 애니메이션과 같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미디엄으로 넘어온 이유가 있나요?

A)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반듯한 벽돌을 빈틈 없이 차곡차곡 쌓아서 깨끗하고 튼튼한 담을 만든다는 느낌이었는데, 유학을 와서 항상 자연에 둘러 쌓여 살고, 학교도 예술학교를 다니면서 깨끗하게 쌓여진 담에 조금씩 구멍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표현 하다 보니 추상적인 이미지가 많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가장 ‘나’스러운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기인 학생 시절을 만끽한 거지요. 물론 약간의 후회도 있습니다.

<사진6> '방문' 애니메이션 버전


Q) 어떤 면에서 후회가 있나요?

A) 너무 나만의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듭니다. 지금은 약간의 투자금을 받고 제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졸업 후에 일을 찾는데 어려운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작품은 조금 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하고 합니다.


Q) 중간중간 커머셜 작업도 하고 핸리셀릭 스튜디오에서도 일하고 했지만, 강민님 작품의 중심은 단편 애니메이션인 것 같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A) 선댄스나 AFI 영화제와 같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훌륭한 작품들과 제 영화를 같이 상영할 때면, 즐거움과 동시에 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화제를 다녀오면 여기서 멈추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진7> 강민 님의 독특한 디자인의 캐릭터


Q)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A) 7분 정도 분량의 스탑모션과 2디 그리고 약간의 3디가 결합된 방식의 단편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은 '사슴꽃'이고, 지난번 목욕탕 작품처럼 이번 사슴꽃도 1992년 여름 부모님과 사슴농장에서 사슴피를 마시고 복통을 느낀 제 경험을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지난 작업들은 컷아웃 캐릭터와 미니어처의 결합이었고, 이번 작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 위에 수채화 종이를 덧대어 손맛과 종이의 택스쳐를 살려 스탑모션만의 따스한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로우폴리(low polygon)로 디자인된 작품들이 3D 애니메이션에서도 많이 나왔었기에, 다른 작품들과 다른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사진 8> 차기작 '사슴꽃'의 스틸 이미지

Q) 커머셜한 작업들도 강민님의 색이 많이 묻어 난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그러한 스타일을 원하는 것인가요?

A) 네. 저에게 의뢰하는 커머셜이나 뮤직비디오는 대부분 제 다른 작품의 스타일을 좋아해서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요. 어떤 경우는 디자인부터 랜더링까지 전부 알아서 해달라고 맞기는 경우도 있어서 개인 작업하듯 진행했던 커머셜도 있습니다. 물론 헨리셀릭 스튜디오와 같이 큰 프로덕션에서는 그 곳의 스타일에 맞춰서 했습니다. 큰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것이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개인작업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스케일의 작업을 하기도하고, 각 분야의 탑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만들기 때문에 각각 세부분야에 대해 많이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사진9> 강민 님이 제작한 미니어쳐 세트들

Q)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랜덤한 이미지들이 연속해서 나오기도 하고 연속성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장면 연출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A) 저는 스토리보드를 굉장히 간결하게 그립니다. 머리 속에 큰 구상을 하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장면들을 간단한 그립니다. 그리고 세트를 만들고 나면 카메라를 배치하면서 실제 장면을 구상합니다. 대략의 샷을 계획하고 촬영을 시작해도 촬영도중 장면이 다른 식으로 진행되곤 하지만, 바뀌면 바뀌는 대로 계속 진행합니다. 그래서 비연속적이고 즉흥적인 샷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샷이 많이 있군요. 하지만 만약 프로덕션 규모를 키우려면 잘 짜여진 스토리보드가 있어야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A) 네 맞습니다. 사실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디즈니나 픽사에서 만드는 단편과 같이 완벽하게 계획된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인디의 독특함과 대중성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스탑모션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A) 스탑모션이 사실 메인 스트림은 아니여서 여러가지로 상업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가 스탑모션으로 제작했을 때 가장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스탑모션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컴퓨터 애니메이션만 고집하는 사람이 많은데,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미디엄을 다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출처
- 사진1,2: 직접 촬영
- 사진3-7, 9: 김강민 님 홈페이지 (http://www.seulmin.com/kangmin_index2.html)
-사진 8: 김강민님 제공 
-영상1: 유튜브
-영상2, 3 : 김강민님 Vimeo 채널 
MIKA는 KOCCA과 CGLand에도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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