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6, 2013

[MIKA #10] 빛으로 조각하다 - Pixar 라이팅 테크니컬 디랙터 이민형


▲사진 1 Pixar 캠퍼스에서 만난 이민형님

단 한 장, 한 순간의 이미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사진, 그리고 영화의 장면은 명화 또는 명작이라는 호칭과 함께 시대를 아울러 회자되어왔습니다.명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빛’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Up’과 ‘토이스토리3’의 따뜻한 순간들 그리고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깊이 있는 이미지까지. 빛을 통해 이미지들을 조각하는 Pixar의 라이팅 아티스트 이민형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사진2 <메리다와 마법의 숲>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께요.

A) 현재 Pixar에서 라이팅 TD로 일하고 있는 이민형이라고 합니다. Pixar에서는 2009년 작품인 ‘UP’부터 최근 작품들까지 계속 참여해 왔고, 그전에는 Dreamworks의 ‘슈랙3’와 ‘마다가스카2’에서 라이팅 아티스트로 참여했습니다.


Q) 요즘에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A) 지금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 시간이 비는 기간이어서, Pixar의 예전 작품 중 하나인 ‘벅스 라이프’를 3D로 전환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연말부터는 차기 작품은 ‘The Good Dinosaur’나 ‘Inside out’에 참여할 것 같습니다.


Q) 필름을 만들 때 라이팅 TD의 역할은 어떤 것 인가요?
A)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그리고 디렉터가 영화 초기에 전체적인 톤, 색감등을 디자인 합니다. 전체적인 느낌이 만들어지면 아트 디렉터가 씬(scene)별로 컬러 스크립트*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컬러스크립트를 바탕으로 아트디렉터와 라이팅 DP(Director of Photography)*가 만나서 각각의 샷에 대한 분석을 합니다. 완성된 컬러스크립트는 라이팅 부서로 넘어오고 라이팅 아티스트는 2D로 그려진 아트웍의 느낌을 3D 공간에서 표현하고자 노력합니다.


* 컬러 스크립트(ColorScript): 씬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색, 명도, 채도 등에 집중해 그리는 컨셉 아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세세한 묘사는 중요하지 않다.


*Director of Photography: 영화에서 카메라와 라이팅 관련된 연출의 최고 책임자.(fromWikipedia) Pixar에는 카메라 DP와 라이팅 DP 가 나누어져 있다.


▲사진3 <토이스토리3>의 컬러 스크립트 중 일부

Q) 라이팅 아티스트 별로 작업방식도 차이가 있고, 색감을 보는 눈도 다를 텐데 어떤 식으로 색감을 통일 시키나요?

A) 작품 별로 ‘마스터 라이터’와 ‘샷 라이터’들이 뽑히게 됩니다. 마스터 라이터들은 시퀀스* 단위로 작업을 받아 전체적인 색감과 톤을 세팅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샷에 맞게 세부적인 라이팅 작업은 샷 라이터들에 의해 마무리됩니다. 마스터 라이터의 의해 셋업된 라이팅을 바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한 시퀀스 안의 색감은 자연스럽게 통일됩니다.


* 시퀀스: 영화에서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덩어리. 여러 개의 씬들이 합쳐저 하나의 시퀀스가 되고, 여러 개의 샷들이 합쳐저 씬이 된다. –from Wikipedia


Q) 학교를 다니시는 동안 라이팅 TD를 목표하고 공부하셨나요?
A) 한국에서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순수 미술을 주로 하였습니다. 특히 비디오를 이용한 설치 예술에 눈을 뜨게 되어, 졸업 후 시카고 예술 대학교로 넘어와 관련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실험 영화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을 접하게 되었고, 졸업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영상으로 졸업을 하니 취업에 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어서 막막했습니다. 당시에는 애니메이터가 어떤 포지션인지도 몰라 여러 곳에 애니메이터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좋은 결과는 없었지요. 그렇게 일자리를 찾던 중 뜻하지 않게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동부의 메이져 애니메이션 회사인 블루스카이* 아티스트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있었고, 그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에 세분화된 부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내가 애니메이션을 한다면 어떠한 분야가 가장 적합할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회화와 가장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된 라이팅 분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아트 & 테크과에 입학해 라이팅과 랜더링를 집중적으로 공부하였고, 졸업 후에는 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라이팅 아티스트로서 참여해왔습니다.

* 블루 스카이(BlueSky)-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회사. 1998년 버니라는 단편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3D 애니메이션의 선구자적 회사중 하나이기도 하다.


Q) 라이팅 TD길이 그렇게 시작되었군요. 라이팅 이외에 같이 공부한 분야도 있었나요?
A) Texure 분야에도 재미를 느껴 같이 공부했었습니다. Texture, Shading, Rendering등 라이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들을 같이 공부해 두면 입사할 때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일하는 부서 외에도 연관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회사입장에서는 잠재력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Q) 회화와 라이팅이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라고 생각하셨다는데,어떠한 면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A) 3D 영상작업에서 사용하는 라이팅 언어는 실험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회화에 근접한 표현법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입시 미술을 했던 것이 후회된 적이 많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입시 미술에서 배웠던 색과 구성에 대한 기초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이라는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회화의 경험이 많이 도움되고 있습니다.


▲사진4 Dreamworks에서 참여한 <슈렉3>중 한 장면

Q) Dreamworks와 Pixar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셨는데, 어떠한 프로젝트들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A)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처음 참여했던 작품들이 기억에 남더군요. Dreamworks에서 첫 날 ‘슈렉’의 한 장면을 열어보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Pixar에서 처음 작업했던 ‘Up’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처음 작업했던 시퀀스가 할아버지 집이 태풍을 뚫고 남아메리카 상공에서 고요히 떠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토이스토리3’도 재미있었던 작품이지만, ‘Up’은 공부를 한다는 느낌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라이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UP’ 이전에는 형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눈에 잘 띄게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UP’에 참여하는 동안 본 동료들의 샷은 완전 하얗게 날라가는 부분도 있었고, 100% 블랙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 알아왔던 규칙들이 다 깨지는 느낌이었지만, 어색해 보이지 않고 더 극적인 느낌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그렇게 과감한 라이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과 배경 디자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슈렉’에 그러한 라이팅을 했으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5 Pixar에서의 첫 참여작품인 <UP>

Q) Pixar와 Dreamworks의 라이팅 부서의 차이 혹은 테크닉의 차이가 있나요?

A) 테크니컬적인 차이점 보다는 조직 구성의 차이가 있습니다. Pixar에는 라이팅 DP가 존재하는데 라이팅 룩(look)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Dreamworks의 경우는 라이팅 부서에 라이팅 슈퍼바이져가 있었는데 슈퍼바이져는 부서를 관리 운영하는데 더 힘 쓰고, 룩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아트디렉터에게 있습니다. DP가 부서 안에 존재할 때 좋은 점은 작업자 개개인의 진행사항을 정확히 파악하여 지시사항을 주기 때문에 훨씬 명확한 메시지가 옵니다. 또 한가지 다른 점은 Pixar에서는 마스터 라이터들이 시퀀스 단위로 라이팅을 셋업하면, 샷 라이터들은 시퀀스 별로 옮겨 다니며 여러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작업합니다. 즉 시퀀스마다 팀원이 계속 바뀝니다. 하지만 Dreamworks는 마스터 라이터와 샷 라이터들이 한 팀이 되어 시퀀스 별로 팀원들이 같이 움직입니다. 같은 팀으로 계속 작업하면 마스터 라이터의 성향이나 작업 방식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Pixar의 방식은 여러 가지 다른 스타일의 라이팅 셋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Dreamworks의 작업방식은 작업 속도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Q) ‘몬스터 대학교’ 부터GI(global illumination)*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I를 사용했을 때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일단 장점은 적은 수의 라이팅으로 샷을 세팅할 수 있어서 속도가 빨라졌고, 샷 관리와 수정이 수월해졌습니다. 또 레이트레이싱(Ray tracing)*기반으로 랜더링이 되기 때문에 더 사실적인 이미지가 생성됩니다. 단점은 랜더링시 연산작용이 많기 때문에 샷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또한 자동화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전채적인 느낌은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샷 별로 세밀하게 조절할 때는 오히려 더 어려움이 많습니다.


* 글로벌 일루미네이션(GlobalIllumination): 3D 환경에서 사실적인 라이팅을 위한 알고리즘의 일반적인 용어. 라이트 소스에서 오는 직접적인 빛과 물체의 표면에 빛이 닿은 후 일어나는 간접적인 빛, 즉 그림자, 굴절, 반사, 색번짐 현상등을 모두 포함한 알고리즘이다. –from Wikipedia


▲사진6 Global lllumination 적용의 예시

Q) GI 는 개발 된지 오래된 기술로 알고 있습니다. 왜 ‘몬스터 대학교’ 부터 GI 를 사용하였나요?

A) 사실 Pixar는 Irradiation light이라는 기술을 통해 GI와 유사한 color bleeding*의 효과를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몬스터 대학교’를 기점으로 그동안 개발해오던 Physical base light를 본격적으로 테스트 할 수 있었고, 결과는 성공적으로 나왔습니다. GI를 사용하면서 작업시간의 단축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계속 사용될 기술일 것입니다. 또한 발전된 게임 엔진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Real time rendering과 라이팅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효율성은 높이고 작업 품질은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Color Bleeding: 각기 다른 물체의 색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



▲사진7 Pixar에서 GI를 처음 이용한 영화 <몬스터 대학교>

Q)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몇 년간 강의도 하셨고, 종종 특강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부터 가르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이 있으셨나요? 

A)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젊은 친구들이 하나하나 배워서 그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이 점점 좋아지는걸 보는 게 즐겁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눠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보람 있는 일이잖아요. 두 번째는 학생들에게 맨토의 역할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중요한 순간에 좋은 방향을 제시해준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지속 가능하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맨토의 존재에 늘 목말라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 중 몇 명이라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되고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물론 영화작업을 계속 하겠지만, 가르치는 일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요즘은 VFX와 영화 산업이 불경기여서 지금 당장을 보고 어린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물론 포트폴리오를 위한 수업도 있겠지만, 오히려 10년 뒤에 또 다른 미디엄이 등장해도 버틸 수 있도록 기본기에 더 충실해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그리고 작가 마인드를 갖고 있는 작업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사진출처
-사진1 직접 촬영
-사진2 & 7 Pixar 홈페이지
-사진4'슈렉3'영상 캡쳐
-사진5 'UP' 영상 캡쳐
-사진6 Wikipedia


이 기사는 KOCCA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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