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8, 2013

[MIKA#11]나를 알기위해 도전한다 - ILM R&D Engineer 장유진

▲사진1 ILM에서 만난 장유진님

뛰어난 재능의 작가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색 좋은 물감, 좋은 질감의 캔버스,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손처럼 느낄 수 있는 붓 등, 여러 요소들이 작가의 재능과 어우러져야 비로소 명화가 탄생합니다. CG 아티스트들에게 성능 좋은 컴퓨터는 좋은 캔버스가 되고,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물감이자 붓이 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VFX 스튜디오인 ILM*에서 아티스트들에게 최상의 붓을 제공하고 있는 R&D 엔지니어 장유진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Industrial Light & Magic(ILM): 1975년 창립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아이언 맨 시리즈,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스타트랙 시리즈 등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 온 회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영화 속 최초의 CGI 장면과 캐릭터, 포토샵,Ambient Occlusion, OpenEXR 등 소프트웨어와 파일형식을 창조해온 선구자적인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2 ILM을 거쳐간 블록버스터 영화들

Q) 안녕하세요. 유진님은 ILM의 어떤 부서에서 일하시고,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A) 저는 R&D 팀에 속해있고, 요즘에 ‘지노(Zeno)’*의 모션캡처 기능 개선 및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비즈* 과정에서 감독이 더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 지노(Zeno): ILM의 인하우스(In-house) 3D 소프트웨어

* 프리비즈(Pre-vis): Previsualization의 약어. 복잡한 장면을 실제 촬영 전에 컴퓨터의 가상 카메라로 장면을 구현해보는 과정. 최근 복잡한 VFX와 카메라 움직임이 포함된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비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3 모션캡쳐를 통한 프리비즈 과정 

Q) ‘지노’는 이미 모션캡처 기능을 포함하고 있을 텐데, 어떤 점이 개선되는 것 인가요?

A) GPU 베이스 리얼타임 랜더링 기능 향상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모션캡쳐 시스템이 서포트하는 리얼타임 이미지는 젠포룩(Gen4 look)* 레벨이었는데, 지금 개발하는 시스템은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이팩트 등을 추가하여 한 단계 더 사실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해줍니다.

* Gen 4 look: 그래픽 엔지니어들의 사용하는 약어입니다. ‘젠포룩’는 XBOXOne이나 Playstation4 같이 차세대 콘솔에서 구현 가능한 그래픽 수준을 말합니다.

Q)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 당 주어지는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A) 초기 디벨롭 프로젝트는 데드라인 없이 계속 진행됩니다. 특히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상 프로덕션 프로젝트는 루카스 필름과 ILM*이 따로 진행하고 있고, 서로 지향점이 달라서 의견 조율에도 시간이 소모될 것 같습니다. 한쪽은 모션캡쳐 시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 내어 포스트 프로덕션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의 프로젝트는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인터랙티브 툴에 가깝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R&D 앤지니어의 한 달 스케줄은 보통 3주 정도는 가상 프로덕션 프로젝트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나머지 1주는 프로덕션 쪽에서 요구하는 버그 수정 등, 유지 보수를 합니다.

* ILM은 루카스 필름 그룹에 속한 스튜디오 이지만 프로젝트는 별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VFX,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는 R&D부서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R&D 팀의 주 업무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존재하는 R&D팀의 주요 고객은 회사 내부의 아티스트들입니다. ILM R&D 부서 기준으로 말씀 드리면, 첫째, 인 하우스(in-house) 툴을 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외부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인하우스 툴에 연동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인하우스 툴 개발의 경우는 버그와 크레쉬 등을 고치는 유지 보수도 업무의 일부입니다. 모션캡쳐 툴 프로젝트와 같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프로젝트는 프로덕션 쪽의 요청이 들어오거나, R&D 부서가 프로덕션 쪽에 제안을 해서 동의가 이루어지면 진행됩니다. 수년 전까지는 ILM의 기술이 다른 스튜디오들보다 많이 앞서 있어서 R&D 팀이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면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술을 사용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상당히 좋은 상용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생겨나 R&D 팀이 무조건 새로운 툴을 만들기보다는 프로덕션 팀과 상의해서 어떤 방법이(외부 프로그램을 구매 혹은 새로운 툴을 개발) 좋을지 판단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요즘에는 좋은 상용화 소프트웨어도 많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인하우스 툴을 계속 개발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일단 외부의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버그를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버그를 소프트웨어 회사에 리포트 해도 업데이트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경우가 많습니다. 입사 초기에 상용 라이팅 프로그램인 ‘카타나’ 관련 일을 했는데, 카타나 개발사와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할 때 서로 개발하는 연구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으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봐야 한다는 모순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인하우스 툴은 애초에 회사 내부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버그 수정이나 새로운 기능을 적용할 때 수월하고, 엔지니어끼리 직접 만나서 숨기는 것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하우스 툴은 새로운 아티스트나 엔지니어가 오면 소프트웨어 교육에만 2개월 정도를 소비해야 한다는 단점도 따르게 됩니다.



▲사진4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상용 그래픽 소프트웨어들

Q) 학부 때 서강대에서 수학을 전공 하셨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CG 분야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A) 고등학교까지는 막연하게 영화를 좋아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스에 관한 직업의 존재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ILM에서 근무하시고 아주대에 교수로 오신 이경임 교수님의 기사를 통해 영화 산업에도 엔지니어 분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창 영화 그래픽에 관심이 생기던 중, 서점에서 서강대 임인성 교수님께서 집필한 ‘컴퓨터 그래픽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그 때부터 선수과목을 차곡차곡 챙겨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이 CG 분야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된 시기입니다. 사람들이 수학과 컴퓨터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제가, 컴퓨터 그래픽스를 공부하면서 그래픽 정보가 어떻게 수학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가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스’ 수업이 종강되고 교수님의 제의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일하게 되었고, 교수님이 주신 논문을 바탕으로 유체 그래픽을 구현한 것이 저의 첫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었습니다.

Q) 그렇게 해서 동 대학의 컴퓨터 공학 대학원까지 다니셨군요. 대학원 졸업 후에 VFX 회사인 매크로그래프에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매크로그래프에서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A) 총 3년 6개월 정도 매크로그래프에서 근무했었는데, 2년 정도는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스튜디오가 정부에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면 정부는 기술 증명을 위해 지원금과 함께 과제를 줍니다. 그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해결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연구원 입니다. 마지막 1년 반 정도는 영화 프로덕션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프로덕션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사진5 국내 VFX 스튜디오인 매크로그래프

Q) 해외 취직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A) 수 년전에 영화 ‘2012’의 이팩트 슈퍼바이져가 세미나를 위해 내한 했었습니다. 그 때 세미나에서 보여준 기술이 제가 개발하고 있던 기술과 유사해서 그 분께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와도 연락을 하게 되었고, 헐리우드 영화 속에 사용되는 기술이 제가 생각하는 기술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목표도 뚜렷해졌습니다.

Q) 매크로그래프에서 일하시다가 유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ILM으로 이직하였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인데, 어떠한 경로로 ILM에서 잡 오퍼를 받으신건가요?

A) 영화 관련 일을 하면서 해외의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Siggraph 잡페어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고,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직업을 바로 구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도전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는 느낌으로 참가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같은 포지션의 엔지니어가 없었기 때문에 저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세계적인 스튜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부족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iggraph에 참가하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면서 잡페어 뿐만 아니라 행사 후의 각종 파티에서도 자연스럽게 현지 업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어 파티들까지도 다 등록했었지요(웃음). 당연히 일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Siggraph에 참가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입사지원을 마쳤습니다.

▲사진6 장유진님이 ILM에 지원할 당시의 포트폴리오중 일부

Q) 철저한 준비 덕에 그 해 Siggraph에서 바로 기회를 잡으신 거군요. 유진님의 어떤 부분을 ILM 사람들이 맘에 들어했었나요?

A) 연구원 시절에 개발했던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이라는 기술을 맘에 들어했습니다. 마침 ILM이 그 해 Siggraph에서 발표한 주제가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회사측에서도 유심히 본 듯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제가 프로덕션과 가까이 일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이었습니다.R&D 팀원 대부분이 엔지니어링 박사이기 때문에 학교 졸업 후 바로 R&D 팀에 들어온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영화 프로덕션과 긴밀하게 일해본 R&D 엔지니어는 많지 않습니다. 또 학교 졸업 후 바로 입사한 경우는 상용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반면 저는 여러 상용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단기적인 목표는 부족한 언어를 극복하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프로잭트를 같이 하고 싶고 믿을 수 있는 팀원이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메이져 영화에서 CG 수퍼 바이져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별개로 요즘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특히 테마 파크 많이 쓰이는 기술들에도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 몇 년 후에는 그 쪽 분야에서 일하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출처
-사진1 직접촬영
-사진2 <스타워즈>, <캐리비안 해적>, <트랜스포머> 포스터
-사진3 CGsociety
-사진4 Autodesk & Adobe 홈페이지
-사진5 매크로그래프 홈페이지
-사진6 장유진님 포트폴리오 릴 캡쳐

이 기사는 한국 컨텐츠 진흥원 블로그에도 포스팅 되고 있습니다.
http://koreancontent.kr/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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