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시장에 도전한다 - 스튜디오 'Puppetar' 홍재철 감독

<사진1> 'Puppetar' 에서 만난 홍재철 감독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초록 빛 도시 월넛크릭(Walnut Creek), 나무들이 그림자를 드리운 작은 길을 거슬러 올라 도착한 한적한 마을에서 ‘Puppetar’ 스튜디오 홍재철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홍재철 감독님은 ILM* 크리쳐 TD,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VFX 슈퍼바이져, Imagine Engine에서 리드 크리쳐 TD 등 화려한 인더스트리 경력을 뒤로하고, 현재 테마파크 영상 전문 회사인 ‘Puppet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정감이 계속 되면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그리고 도전하지 않게 되지요.’ 라며 도전을 힘주어 말하는 그의 도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LM: Industrial Light & Magic의 약자. 센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VFX house

Q.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튜디오 명인 ‘Puppetar’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제 프로페셔널 배경이 리깅(Rigging)* 분야이기 때문에, 인형(Puppet)을 조종한다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인형술사라는 뜻의 Puppeteer인데, 사전적 단어를 조금 독특하게 만들고 싶어서 스페인어에서 ‘~하는 사람’의 의미로 사용하는 ‘-ar’을 접목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이름이 ‘Peppetar’입니다.

*리깅(Rigging): 인형술사가 인형을 움직이기 위해 세팅된 인형이 필요하듯, 애니메이터이 3D 모델링을 움직이기 위해선 뼈대와 컨트롤러 세팅이 필요합니다. 움직임을 위해 뼈대를 만들고, 뼈의 움직임에 따른 근육과 피부의 움직임을 셋업하는 프로세스를 리깅이라 합니다.

<사진2> 스튜디오 로고도 인형극의 형태로 디자인 되어있다 
Q. 처음 ‘Puppetar’를 설립하실 때는 리깅 분야에 집중하는 스튜디오를 계획하셨던 것인가요?

A. 처음 회사를 시작한 시점은 제가 ILM을 나올 때 였습니다. 처음 계획은 ILM에서 작업할 때 유용했던 툴(Tool)들을 Maya와 같은 상용 프로그램 플러그인으로 다시 제작하고자 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게 리깅 소프트웨어 개발 스튜디오를 목표로 출발하였지만, 테마파크 영상, 광고, 영화 VFX 프로잭트 등을 진행할 기회가 오면서 현재는 여러 분야를 다루는 스튜디오로 발전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가 월넛 크릭(Walnut Creek)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월넛 크릭은 잘 가꾸어진 공원과 학교등이 많은 살기 좋은 지역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장소는 아닙니다. 스튜디오를 월넛크릭에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A. 한국과 캐나다에서 한 동안 지내다 베이에어리어(Bay Area)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스튜디오 위치로 센프란시스코나 에머리빌을 염두해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주 업무가 테마파크일이 되면서 작업자들이 스튜디오에 상주할 필요가 없게 되더군요. 테마파크 프로잭트는 롱테이크 한샷으로 진행되고 애니메이션이나 모델링 에셋을 나중에 그 샷 안에 조립해 나가기 때문에 프로잭트의 막판까지는 따로따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많은 프로덕션이 진행되기 때문에 스튜디오 자체는 자연과 가깝고 조용한 곳을 선택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ILM과 같은 거대 스튜디오는 개개인 아티스트가 각자 맡은 분야에 집중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작업하도록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반면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 프로잭트를 따내기 위한 프리젠테이션부터 스케쥴 관리, 아티스트 캐스팅, 그리고 실제 작업의 디렉팅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두가지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써 각 환경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 주실 수 있으세요?

A. ILM과 같이 큰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는 첫 몇개월은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툴 그리고 높은 퀄리티를 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훨씬 안정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스튜디오에서는 자신이 담당하는 한 분야만 보게되고, 6~7년 이상 익숙함과 안정감이 지속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집니다. 물론 프로잭트마다 새롭게 도전해야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러한 도전도 대부분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거나 약간만 더 개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도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상태가 되는거지요.

반면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할때의 장점은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에게 피치(Pitch)하고 자금을 따내고, 그 자금으로 프로덕션 팀을 꾸려 제작과 R&D를 같이 진행해 마지막 결과물까지 만들어내야하니 매 프로잭트마다 도전하고 더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물론 그 만큼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의 성향과 프로잭트의 방향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진3> 아담한 크기의 스튜디오지만 카메라 캡쳐와 모션캡쳐를 위한 설비도 갖춰져 있다
Q. 말씀을 들어보면 자금, 스케쥴, 그리고 캐스팅과 같은 프로듀싱과 실제 작업을 진행할때 디렉팅을 겸임하고 계신건데, 프로듀서적인 부분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몸으로 부딫히면서 배우신 것인가요 아니면 따로 도움을 주신 분이 계신가요?

A. 말씀 하신것 처럼 프로듀싱쪽과 디렉팅 벨런스를 맞추는 것이 초반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제가 당장 처리해야할 부분들이 되다보니 부딪치며 하게되더군요. 따로 매니져를 두고 진행도 해봤지만, 정말 믿을 만한 매니져를 찾는 것도 쉽지않아 지금은 제가 그 부분도 담당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팀의 크기를 작게 유지하며 필요시에만 사람을 더 충원하는 방향으로합니다. 큰 스튜디오에서 배울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있듯이, 개인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배우는 부분이 있다고 종종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얘기합니다. 프로잭트 진행을 위해 피치를 하고 자금을 운용하다보면 마켓의 흐름을 서서히 볼 수 있게되고, 매년 달라지는 클라이언트들의 생각과 프로잭트 자금으로 그 해의 트랜드나 관련 분야의 경기도 유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AAU에서 공부를 마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떤 계기로 유학을 결정하셨나요?

A.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94년에서 96년까지 광고 회사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 당시는 한국 영화에는 CG사용이 전무했고, 광고에서만 CG를 약간씩 사용하던 시기였습니다. CG를 할 수 다룬다는 이유로 광고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예술적인 감각이나 디자인적인 이론도 많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관련 분야를 더 공부하고자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유학 미술학원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라 지인들의 말만 믿고 일단 미국 동부로 갔는데, 막상 와보니 영화 VFX나 CG 애니메이션 이라는 분야가 존재하고 서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한 학교가 센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AU였습니다.

Q. ILM에서 참여하셨던 프로잭트중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는 어떤 것인가요?

A. 다른 인터뷰에서도 몇번 말했지만 ‘캐리비안 해적 1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입니다. 처음 프로잭트를 시작할 때는 데비 존슨이라는 해적 두목의 얼굴을 분장으로 처리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VFX 슈퍼바이져가 100% CG 캐릭터로 만들어보자고 제안 했고, ILM에서 조차 처음으로 100% 모션캡쳐와 클로스(Cloth)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부분은 데비 존슨 얼굴에 있는 문어다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세팅을 담당했었습니다. 처음 입사했던 시기라 무거운 과제였지만, 그 만큼 완성된 결과물을 스크린에서 볼때의 성취감도 컸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입니다. 이 프로잭트는 제가 좋아했던 시리즈를 작업하는 것이라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4> 캐리비안 해적 1편의 '데비 존스'
Q. 그렇다면 ‘Puppetar’를 운영하면서 의미있거나 기억남는 프로잭트는 어떤게 있을까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는 작년에 올랜도 씨월드(Sea world)에서 프로젝트된 ‘Turtle Trek’이라는 프로잭트입니다. 세계 최초로 돔(Dome) 3D 작품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테마파크에서 프로젝트 된 것 이기도해서, 2013년도 VES Award*에 노미네이션 되는 영광도 안겨준 프로잭트입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VFX 슈퍼바이져로 진행해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영화가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많이 하지 않는 디지털 캐릭터와 배우를 블랜딩하는 장면들을 만들고, 프리비즈(Pre-viz) *를 매우 자세히 만들어서 현장에서 그대로 찍는 방법을 적용하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던 프로잭트 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VES Awards: VFX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중 하나입니다. (http://www.visualeffectssociety.com/ves-awards)

*프리비즈(Pre-vis): 프리비즈는 실제 촬영전에 3D 소프트웨어를 통해 카메라, 배우, 라이트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아트 디랙션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과정입니다. 실제 이팩트와 셋을 만들기 전에 가상으로 만들어 봄으로써 프로덕션 버젯을 줄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프로세스입니다.



<사진5> 'Turtle Trek' 프로잭션을 위한 설치 과정

<영상1> Sea World 'Turtle Trek'

Q. ‘Puppetar’의 작업을 보면 광고도 좋지만, 테마파크 작업이 인상적입니다. 처음에 어떻게 테마파크 프로잭트들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끝난 뒤 캐나다로 옮겨가 Image Engine에서 ‘배틀쉽'이라는 프로잭트에 리드 크리쳐 TD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 후에 제 2의 고향과 같은 베이 에어리어로 돌아와 제 스튜디오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클라이언트들과 회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테마파크만 전문적으로 디자인 하는 회사와의 만남이었는데, 마카오에 위치한 테마파크에 들어갈 2D 돔 영상을 진행 할 스튜디오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때 진행한 프로잭트가 호랑이해를 기념하기 위한 호랑이 쇼 영상이였고, 결과물을 디자인 회사가 맘에 들어해서 그 이후부터는 파트너쉽으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 테마파크의 영상을 만드는 과정중 Sea World의 ‘Turtle Trek’ 프로잭트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올해는 중국에 2개, 두바이에 3개의 테마파크 프로잭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2> 마카오 테마파크에 사용 했던 호랑이쇼

Q. 테마파크를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가 되었는데, 오픈된 공간에서 큰 스크린에 상영해야하는 테마파크 영상작업과 일반적인 영상 작업의 어떻게 다른가요?

A. Theme Park 영상은 아주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평면스크린 ( 흔한 극장 ), IMAX, 180도 곡선, 360 도 돔, 몇개로 나누어진 작은 규모의 스크린...각각에 따라서 작업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가장 차이를 볼수있는 부분은 렌더링과 합성쪽 입니다. resolution 이 대부분 큰 스크린의 경우는 4k - 6k* 까지 갑니다. 마카오 돔은 10k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큰 스크린은 일반적인 24fps, 30fps* 으로는 관객들에게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60fps 정도로 프레임레이트를 늘려서 작업합니다. Motion blur 를 주로 넣지 않는것도 팁중에 하나입니다.

샷작업 (3d software 에서의 작업) 도 일반 영상처럼 샷 이 여러가지가 결합되기 보다 한개의 카메라가 끊이지 않고 6-7분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거대한 데이터를 한 신에서 처리를 해야하기때문에 세분화된 pipeline 이 필수이며 특히 애니메이션 작업시에 여러명의 애니메이터들이 효과적으로 나눠서 작업한 부분들을 하나로 모으는 내부 작업툴, 그리고 큰 사이즈의 텍스쳐를 효과적으로 렌더하는 렌더 pipeline, 반복 렌더를 피하는 레이어 개념의 렌더-합성 pipeline 등이 필수입니다.

실제 영상관 공사가 완료되고 각종 프로젝터및 스크린이 설치되면 시험가동을 하러 직접 파크를 방문하여 테스트 영상을 가동하며 여러가지 확인을 하는데, 이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컴퓨터 앞에서 보는 느낌과 확연히 차이가 있고 이 차이를 빨리 포착해서 다시 돌아와 책상 앞에서 다시 수정을 해내는 부분이 작업의 최종 퀄리티를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 입니다. 기타 프로젝터의 성능, 어떤 스크린 재질을 선택하는지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는 영상관의 크기 장소의 기본 조명조건, 관객의 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K는 1024*1024 레졸루션(resolution)입니다. 아이맥스 영상이 4K정도 사이즈이니 테마파크 영상은 훨씬 더 크게 랜더링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fps(frame per second)- 초당 플레이되는 이미지 장수 입니다. 영화는 24fps, TV는 30fps 그리고 비디오 게임은 60fps로 플레이합니다.

Q. 예전에 다른 미디어와 하신 인터뷰를 보면 해외의 큰 프로잭트를 한국에 가져와 한국 스튜디오들과 같이 진행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 해외 프로잭트를 한국에 가져와 같이 진행할 계획도 있으시나요?

A. 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테마파크 프로잭트들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럴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파트너쉽으로 일하고 있는 테마파크 디자인 회사도 아시아에 위치한 스튜디오와 같이 진행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Puppetar’의 단기 목표는 올해 프로잭트들을 무사히 잘 끝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소규모 인원으로 하고 싶은 프로잭트들을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AAU에서 가르치는 과목수를 늘렸는데, 교육쪽으로도 더 연구하고 테마파크에 쓰이는 프로잭션 기술과 같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많이 전달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넓혀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영상 출처
<사진1> & <사진3>: 직접 촬영
<사진2>: Puppetar studio homepage
<사진 4>: behindthethrills.com
<영상1> & <영상2>: youtube.com

MIKA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 컨텐츠 진흥원, CGLand.com, ppss.kr에도 포스트 되고 있습니다.
http://koreancontent.kr/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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