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W를 먼저 계획하자

화장부터 하지마라.

요즘 영화를 보면 화장만 진하게한 영상연출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논리와 그를 아름답게 꾸미는 수사가 있다면 당연히 논리를 탄탄하게 다지고 화장을 시작해야한다. 여성들의 화장도 피부를 건강히 하는게 당연히 우선시 되야되는 것이 아닌가. 수사가 전혀 없어도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연출된 영화를 보면 그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정말 정적으로 촬영된 '킹스 스피치', '그녀', '월-E의 첫 1/3', '프로메테우스의 첫 1/3(오프닝 제외)' 장면 등을 보면 정제되고 꾸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절로 느낄 수 있다. 정제된 논리위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더할 나위없다. '세븐',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등을 감독한 데이비드 핀쳐, '라이언 일병 구하기', '죠스', '쥬라기 공원', 'ET'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그래비티', 'Children of men'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등은 논리위에 아름다운 영상연출을 얹어 뇌리에 남는 장면들을 연출해왔다.

      <King's Speech Trailer- 이 트레일러에서 몇 샷이나 카메라를 액티브하게 움직였나. '트랜스포머'처럼 정신없이 카메라를 흔들지 않아도 마지막에 마이크 사이로 보이는 왕의 눈빛은 메간폭스의 허리만큼 강력하다(maybe not...)>

물론 예외는 있다. 15초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하는 광고나 2시간 분량의 영화이지만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주관적, 추상적으로 묘사되는 영상은 비유나 은유가 가득한 시처럼 화려하게 꾸며지는 영상들로 가득하기도 하다. 때로는 추상적이지만 섬세한 감정묘사 영상만으로도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런 영상들에게 논리의 잣대를 대는 건 어불성설이다.

<Tree of life - CG로 연출된 샷들을 빼놓고 거의 100% 스테디캠 샷이다. 스테디캠 샷을 2시간동안 극장에서 보라고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미를 느끼며 사양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경험과 감정이 이끌어가는 영화인지라 스테디캠의 살아있는 움직임이감정을 같이 느끼고 그러한 순간들을 같이 떠 올려보길 부추기고 있다. 주인공의 감정이 이끌어가던 영화 '블랙스완'에서의 스테디캠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럼 스토리를 보여줄 때 기본 논리는 무었일까? 6하 원칙. 학교 다닐때 아무리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도 최소 한두번은 들어봤을 단어일 것이다. 누가, 언재, 어디서, 무었을, 어떻게, 왜. 이 요소들만 영상꾼이 말이되게 나열해 준다면 기본 논리는 먹고 들어간다. 이 중에 카메라 연출이 주가되어 보여 주어야 할 3가지를 꼽는다면 누가(Who), 언재(When), 어디서(Where), 3W 이다. 무었을(What)이라는 부분은 스토리가 주, 카메라 연출은 부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이고, 어떻게(How)라는 부분은 연기, 스토리, 그리고 카메라 연출 순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왜(Why)는 스토리 그리고 연기에 많이 기대고 있다. 카메라 연출, 특히 3D 애니메이션등 CG를 이용한 카메라 연출을 논할 때 너무 어떻게(How)라는 부분(트랙, 크레인, 스테디 캠, 핸드핼드, 자리로캠 등)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많이 있다. 이는 화장법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카메라를 계획할때 3W를 먼저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계획하자.

1. 누가(Who)

 스토리상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면 고민을 해야한다.(아쉽게도 많은 학생 작품이 중요한 캐릭터를 그냥 밍숭밍숭하게 화면 가운데 떡하니 등장시킨다.)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줘야 기억에 남을까? 어떤 각도에서 보여줘야 캐릭터의 성격이 반영될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카메라 앞에 서게 하려면 어떻게 연출할까? 등등 많은 고민을해야 되고, 그 캐릭터가 주인공일 경우는 배의 고민을 해야한다. 픽사의 라따뚜이 오프닝을 먼저 보자.
  

카메라를 이용한 캐릭터 소개가 훌륭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31초~52초 부분이다.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는 쥐들의 등장으로 시작해 그들이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는 물흐르듯이 다음 쓰레기통으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쥐때들과 함께 카메라는 쓰레기통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그곳에서 주인공 레미를 만나게 된다. 이때 레미는 프레임 안에서 가장 높은 곳, 그리고 카메라는 레미보다 아래쪽에 위치(up angle)하고 있다. 화면 구성만 보아도 그가 중요한 캐릭터라는 것을 관객들은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소개되는 인물들이 바보형과 아빠 캐릭터인데, 레미의 아래쪽으로만 지나다니는 다른 쥐들과 달리 이들은 레미와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이들은 주인공과 동등게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캐릭터라는걸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주요한 캐릭터들을 어떠한 동선과 앵글, 그리고 프래임 안에서 어떠한 크기와 위치로 보여 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카메라 연출자로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2. 언재(When) + 어디서(Where)

언재와 어디서는 동시에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장소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어떤 시대인지 추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소가 중요한 스토리 포인트 중 하나라면 이를 어떻게 극적으로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영화 '127 시간'은 주인공의 팔이 계곡 벽과 바위 사이에 끼면서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결말은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큰 요소들은 127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이다. 주인공이 사고를 당한 상황에 장소를 보여주는 크레인 움직임을 한번 보자.

   <127시간- 카메라는 아주 큰 크레인 업을 하고 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끝도없이 펼쳐진 사막이 절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크레인 움직임을 선택한 것은 '어떻게'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장소, 시간 정보를 보여줘야하겠다라는 것을 먼저 결정하고 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누가, 언재, 어디서 3가지 정보를 하나의 카메라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비티'로유명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작 'Children of men'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자. 


롱 테이크를 좋아하는 감독의 취향이 묻어나는 오프닝 시퀀스이다. 가계 안에 고정되 있던 카메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자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동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대와 장소가 공개되는 동시에 캐릭터에 대한 묘사(술을 커피에 섞는 등의 행동)도 멈추지 않는다. 카메라는 주인공이 멈춰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반대방향으로 돌아가 커피숍의 폭팔을 화면 안에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커피숍으로 향하며 테러의 끔찍함을 부각시켜준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은 롱테이크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도 5분이 넘는 롱테이크 샷이 있고 '그래비티'에서는 무려 15분 짜리 롱테이크 샷이 있다. 이러한 샷들은 감독의 고집과 강박이 느껴지는 동시에 감동도 느껴진다. 감정과 스토리의 긴장감을 한샷으로 표현하려면 어지간한 자신감과 계획으론 부족하다. 물론 계획된 여러 샷으로 같은 강도의 긴장감을 전해주는 영화도 많이 있다. 하지면 샷을 계획할 때 항상 생각해보는 게 좋다. 연결되는 2~3샷 혹은 5샷 이상이 혹시 한샷으로 표현 가능할지. 같은 정도의 긴장감과 감동을 한샷으로 전달 할 수 있다면 더욱 강력하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를 카메라를 통해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였다. 즉 카메라가 이끄는 샷(Camera Driven)들에 집중해서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가 어떠한 장소에서 연기하고 카메라는 그 연기를 즉흥적으로 따라가는, 즉 캐릭터가 이끄는 샷(Character Driven)의 카메라 움직임은 또 다른 영역이다. 다음 포스트는 아마도 Camera driven shot과 Character driven shot의 비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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