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 #19] 욕망의 세계일주:: 영상 탐험가 김예영, 김영근 부부

신혼 여행으로 1.5년에 걸친 세계일주를 한 영상 아티스트 부부. QR 코드 영화제, 텐트 영화제등 영상 관람을 위한 새로운 창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영상 행동가들. ‘Studio YOG’라는 창작터를 운영하고 있는 예영&영근 부부와의 연은 그들이 한창 세계여행 중이던 지난 2013년에 시작 됬다. 그들의 작품 하나하나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중한 것들이었지만, 그들의 이색적인 여정, 그 자체를 듣고 있으면 아직 경험한적 없는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얻은 작은 깨달음에서 내뱉는 탄식같은 것이 나온다. 삶 자체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 부부 영근 & 예영 부부를 만나보았다. 


<이미지 01> 볼리비아 유우니 사막에서 예영 & 영근 부부

Q. 잘 지냈나요?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세계 여행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먼저 두 분이 운영하는 창작터 'Studio YOG'에 관해 몇가지 질문할께요. 처음에 어떤 계기로 같이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된건가요?

영근)
 일단 대학때 같은 과였어요. 수업을 여러 개 같이 듣게되면서 자연스럽게 팀 프로잭트도 여러번 같이 진행했습니다. 프로잭트를 몇 번 같이 진행해보니 손발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4학년때 부터는 거의 모든 작품을 같이 하기는 했지만, 스튜디오를 같이 시작하게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졸업 작품 ‘산책가' 덕분입니다. 공동으로 기획&완성한 졸업작품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받으면서 영화제 관련 일들이 갑자기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일이 들어와서 엉겹결에 만들어진 스튜디오가 Studio YOG지요.

Q. 영화제 관련 일이란 주로 어떤 종류의 것들인가요?

영근) 아무래도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는 일이다 보니 영화나 영화제 관련된 일이 많았습니다. 장편 영화에 부분적으로 들어가는 애니메이션 섹션이나, 영화제 홍보 트레일러 작업 등이 많았어요.

예영) 영화제 외에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온 일들이 종종 있었어요. 스튜디오 초기에는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었는데, 센터 안의 스타트업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제품 홍보영상 제작 의뢰도 종종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스튜디오 초기에는 외주 일을 주로 했지만, 이 후에는 스튜디오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인 자체 창작물 제작도 계속 만들었갔고, QR 코드 영화제 & 텐트 영화제 등을 시작하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도 확장해갔어요. 창작에 필요한 자금을 외주 작업으로 충당했다고 보는게 맞을것 같네요.




<영상 01> '산책가' 트레일러

Q. 같이 시작한 스튜디오의 이름이 YOG입니다. 무얼 의미하는 단어인가요?


영근) 큰 의미는 없고 저희 둘의 이니셜입니다. 예영 x 영근 = 예영근(YOG)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나온 이름입니다.


예영) 졸업작품이 덕분에 갑자기 돈을 받고 진행하는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사업장 등록을 해야해서 큰 고민없이 만든 이름이에요. 기원이 어찌됬건 수 년간 YOG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불리우다보니 지금은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흔하지 않은 이름이어서 홈페이지 주소등을 등록할 때도 수월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근) 단점은 검색창에 ‘Studio YOG’ 라고 입력하면 요가 싸이트들만 잔득 나온다는 점입니다. (웃음)

Q. 첫 시작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제 홍보 영상부터 게임 홍보영상까지 다양한 종류의 영상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중에 본인들에게 재밌었고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작업들은 어떤 종류의 것들 이었나요?


영근) 저희가 현재까지 만들어온 영상작업은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것 같네요. 첫째 순수 창작물, 둘째 상업성이 가미된 창작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주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옵션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창작자들은 익히 알고있는 모순을 격게되었습니다. 순수 창작물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외주 등으로 자금을 충당해가야하고, 외주를 진행하다보면 막상 본인의 창작물을 할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나마 영화제 홍보 영상같은 종류는 큰 컨셉만 주어지고 저희 스타일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두번째 옵션의 작업이 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상업성과 창작욕이라는 양단의 요소들을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어 한결 낫긴했습니다.


예영) 저는 영근 오빠랑 약간 다른 입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외주도 다른 의미로 굉장히 재밌게 했습니다. 제가 접하지 못했던 여러 분야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학창시절 애니메이션, 광고, 영상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외주를 진행하면서 하나씩 써먹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재밌었습니다. 때로는 발주 업체와 대등한 관계로 초기 기획부터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진행된 프로잭트들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XYZ Note’ 프로잭트가 생각 나네요. 프로잭트 시작 전에 제품을 보고 저희가 먼저 떠오른 이미지들을 스케치해 뮤지션에게 그 이미지를 넘겨주면 뮤지션이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아트 장르와 긴밀하게 콜레보레이션을 하는 일은 흔한 경험은 아니라 외주 때문에 경험하게된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한가지 더 외주 프로잭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프로잭트 별로 작업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해서 지루하지 않게 작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저희 개인 작업들은 대부분 서정적인 이미지와 여유있는 편집 스타일인 반면, 게임 홍보영상은 아주 빠른 편집과 강한 이미지로 가득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도 들곤 했습니다. 저는 벨런스만 잘 맞춘다면 외주도 어느정도 병행하고 싶습니다.





<영상 02> 'XYZ Note' 프로잭트



<영상 03> '산책가'와는 사뭇다른 스타일의 게임 홍보영상 작업

Q. 지금까지 작업해 온 대부분의 영상들에 애정이 있겟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잭트를 꼽는다면?

예영) 저는 졸업작품이 었던 ‘산책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만들어 낸 첫번째 작품이 었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너무 막막한 단계를 여러번 거쳤고, 그 만큼 많이 배웠습니다. 가장 무식하고 끈질기게 작업했던 프로잭트이기도 해서 정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영근) 저도 ‘산책가'를 뽑고 싶습니다. 주인공인 시각 장애아의 상태를 잘 이해하기 위해 6개월간 관련 논문이나 서적을 찾아가며 공부하거나, 시각 장인애인으로서 예술 활동이나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 하며 공부하는 등 굉장히 정직하게 만들어간 작품입니다. 또 주인공 친구와 같이 6개월 정도 가까이 지내며 같이 여행도 가는 등 순수한 마음으로 만들어간 영화입니다. 그런만큼 제작 기법도 아이가 말하는 감각들을 어떻게하면 표현할 수 있을까 감각 하나하나 고민하며 개발해갔습니다. 이렇게까지 순수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만 충실하게 작업한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습니다. 지금은 경험 혹은 요령이라는 것이 쌓여서 그 정도로 무식하고 순수하게 작업을 하게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02 > '산책가'의 히로인과 녹음 세션

<이미지 03> 영광이가 생생하게 느끼는 촉감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Q. 영상도 팝 아트의 범주 안에 속하는지라, 관객이 얼마나 영상에 공감하느냐도 창작자에겐 본인 작품을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첫 연출작인 ‘산책가'가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창작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강한 자극이 됬을 것 같네요.

예영) 예 맞아요. 학교 졸업작품이었기 때문에 중간 과정 체크를 위해 교수님들께 중간중간 보여드리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기도 했고, 사실 저희도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완성된 작품을 처음으로 상영할때만해도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여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Q. 작품 활동 뿐만아니라 QR코드 영화제, 텐트 영화제 등을 기획 &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를 볼 수 있는 창구를 늘려가는 활동도 계속해왔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발단은 무었이었나요?

영근) 딱히 ‘영화제를 만들어야겠다’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창작의 연장으로서 접근했던것 같아요. 일단 창작을 위주로 하기위해 만들어진 스튜디오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왠만하면 일단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텐트 영화제 같은 경우 한창 미디어 파사드*가 유행하던 시절에 빔프로잭터를 이용하는 프로잭트를 진행하다 떠오른 아이디어 였습니다. 당시 ‘산책가'가 다른 단편영화들과 묶어서 영화관에서 상영이 되고 있었는데, 아무래로 여러 다른 장르의 영상들과 묶여서 상영이 되다보니, ‘산책가’ 바로 뒤에 스릴러, 코미디 같은 작품들이 같이 붙어서 나오며 영화의 여운이 다 망가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각 단편 영화마다 작은 전용 상영관이 있는 영화제는 어떨까하는 생각과 빔 프로잭트를 사용하던 프로잭트가 생각나 둘을 접못 할 수 있는 텐트 영화제를 즉흥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미디어 파사드:: 축물 외면의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 위키백과

예영) 사실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에도 한참 동안은 생각만하고 있었습니다. ‘즉흥적’이라 한 이유는 머리속에만 가지고 있던 텐트 영화제를 락 페스티벌에 놀러갔다가 우연치 않게 첫번째 텐트 영화제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락 페스티벌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생겨 긁어 모을 수 있는 종이들에 포스터를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텐트 모양 로고도 즉흥적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상영장은 당연히 락페스티벌에 펼쳐져 있는 텐트들이였지요. 어찌보면 시작부터 텐트 영화제의 맛은 즉흥성과 어디서나 상영 가능함이 었던 것 같습니다.

영근) 첫번째 행사를 즉흥적으로 마치고나서 재밌는 행사로 알려졌는지 얼마지나지 않아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등에서 연락이 와서 2회차 행사를 하게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파주 출판단지, 홍대 근처, 심지어 쇼핑몰 내부에서도 진행되어 왔습니다. 단편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건 일반적으로 엄청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텐트를 들고 실제 사람들이 왕래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찾아간다는 컨샙으로 발전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지 04>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상영 가능한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상영관

Q. QR 코드 영화제도 영상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감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텐트 영화제와 유사한 출발점을 가진건가요?

영근) 컨셉은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작됬습니다. 제가 IT나 신기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그 쪽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보는 편인데, 과학 콘서트를 진행하시는 정재승 박사님의 트위터에서 진행된 일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입니다. 그 분이 어느날 ‘산촌이나 소외 지역에 과학 콘서트를 같이 진행하실 분들 있나요?’ 라는 트윗을 날렸는데, 10여명의 지원자를 예상한 것과 달리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생겼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지원자 관리하는 분, 홈페이지 만드는 분, 콘서트 기획하시는 분등 세분화 된 역할분담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지역별 강연자 배정및 행사 전반 준비 과정이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었습니다. 전국단위의 과학 콘서트는 ‘10월의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는데, 그 이름은 실제 빈민가에서 살고 있던 소년이 10월의 하늘 위로 날아가는 우주 왕복선을 보고 우주인의 꿈을 키워 결국 나사에 우주인으로 입사하게된다는 실화 바탕의 영화 제목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행사관련 모든 스텝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은 것은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였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만 전국 단위 행사가 기획되고 실행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SNS혹은 온라인을 이용한 영화제를 기획 & 실행하게되었습니다.




<이미지 05> 진정 어디서든 즐길 수 있던 QR 코드 영화제

Q. 영상 제작, 영화제 기획 & 운영등 활발하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다 갑자기 신혼여행으로 1년 반동안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됩니다.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신혼 여행으로 세계일주를 선택한이유가 있었나요?

영근) 이건 예영이와 제가 좀 다를 수 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좀 답답한 상태였어요. 20대 초반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었는데,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들이 20대 내내 작품 활동할 때 큰 거름이 되 주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짬짬히 썼던 글들도 그런 역할을 해줬고요.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거름이 되줄 영감들이 점점 고각되가는게 느껴졌고, 다시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30년동안 지구에서 점에 가까운 한국에서만 머문다는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능하면 더 넓은 곳들을 보고 오고 싶었습니다.

예영) 사실 저희는 결혼보다 세계일주를 먼저 결정했었습니다. 세계일주를 결정하고 나서 이왕 나갈거면 결혼하고 가자해서 결혼이 진행된거에요. 돌아보면 딱 그 당시가 3년 정도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수익을 내고 있던 시기인데도 자존감은 가장 떨어졌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픽사등과 같이 자체 컨텐츠만 기획, 제작, 배급해서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는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점점 스튜디오가 처음 의도와 다르게 외부 의존적으로 변해가는 걸 느꼈다고나 할까요? 스튜디오 규모를 키워서 자체 컨텐츠로 운영이되는 수준까지 끌고 가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삶이 너무 빡빡해서 지쳐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당시에 창작 중심 스튜디오들이 하나 둘 더 큰 회사에 인수 합병되는 걸 보고,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세계일주에 대한 마음을 굳혔지요.

영근) 세계일주라는 것이 누가 가자고 해서 따라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잖아요? 매년 연말에 다음 해 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각자 내년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씩 적어서 공유하고, 겹치는 일을 우선으로 진행하곤 했습니다. 2012년 겨울에도 예외 없이 그런식으로 2013년의 일을 정해가고 있었는데, 그 해는 유일하게 겹치는 아이템이 세계일주였어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용적으로 적어 놓은 소망이었는데, 갑작스래 2013년도의 목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영) 세계일주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왠만한 어려운 일은 충분히 이겨낼 내성이 생길거라는 막연한 기대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막상 여행 계획을 세우다보니 요즘에는 카우치 서핑*이나 저가 항공등이 발달해서 경비도 생각한것 보다 훨씬 저렴하게 진행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카우치 서핑::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 및, 운이 좋다면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이다 - 위키백과

<이미지 06> 그들의 에픽한 새해계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Q. 스튜디오가 수익을 제대로 내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세계여행을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는 않았을 건데,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준비했고 여행 중에는 어떻게 관리 했나요?

영근) 금전적으로 완전히 준비됬을 때 시작하려 했으면 아마 시작하지도 못 했을 것 같아요. 돈을 아주 많이 모아 놓은 것도 아니고 결혼도 해야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랬지요.

예영) 저희가 출발할 때 가지고 있던 여행 자금이 3000만원이 채 안됬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미국일주만 해도 다 소비되는 금액이라 당연히 넉넉하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완전한 세계일주는 못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동남아 지역부터 여행을 시작했어요. 근데 막상 많이 안 먹고, 숙박을 저렴한 곳에서 해결하니 생각보다 아낄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한국 물가가 참 비싼 편이라는 것도 느껴졌어요. 하지만 물가가 비싼 나라들에서 출혈이 좀 커서, 멕시코에 머무를때는 한달 정도 여행을 쉬고 한국에서 외주를 받아 금전적으로 보충해가며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07> 그렇다고 버스킹으로 돈을 번건 아니다.

Q.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쌓였을텐데 기억에 특별히 남는 인연이 있었나요?

영근)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많은 걸 얻었던것 같습니다. 일반 숙박시설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도움됐을 뿐만아니라, 현지 문화를 깊숙이 들어가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예영) 카우치 서핑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티스트들 였어요. 아무래도 같은 분야를 하다보니 이야기도 잘 통하고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해서 재밌었어요. 항상 카우치 서핑을 제공 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로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 당부했는데, 실제 저희가 한국에 돌아온 뒤 거의 한달에 한팀씩해서 지금까지 7팀정도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저희 집에서 머물다 간것 같아요.

영근) 특히 멕시코에서는 지역 화가친구와 많이 친해져서, 그 친구가 저희를 위한 상영회를 마련해주기까지 했어요. 덕분에 저희 작품도 상영할 기회도 갖게 되면서 일반적인 여행보다는 깊은 우정을 공유하게된 친구들이 전 세계에 많이 생긴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 국제 뉴스를 보다보면 새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게 느껴져요. 예전에는 별로 관심 없던 나라들이 이제는 친구들 나라니까 더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이미지 08> 각 나라에서 날것의 삶을 맛 볼 수 있게 해주었던 카우치 서핑

Q. 새로운 친구들, 낯선 문화에서 얻은 영감등 세계여행을 통해 많을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세계일주 전과 후를 나눈 다면 여행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었일까요?

예영) 지구라는 거대한 공간을 한바퀴 돌다보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세계일주 이전에는 나라 이름들을 들으면 피상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그리운 이미지들이 먼저 떠올라요. 그리운 곳이 많이졌다는 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라는 말도되니 앞으로 어느 곳을 다시 방문하고 새로운 배움을 얻을까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다만 한가지 긴 여행을 통해 잃은 점이라면 한국에 돌아왔을때 같은 시기에 스튜디오를 시작했던 친구들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요즘은 그 부담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09> 어찌 이들이 그립지 않이 할 수 있을까?

Q. 혹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특별히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 혹은 장소가 있나요?

예영) 아르헨티나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함께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영근) 저도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방에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특히 거대한 빙하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거대하게 떠다니는 유빙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말그대로 경외감이 드는 광경이었어요. 자연의 거대함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같이와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미지 10> 크고 아름다운 것이 가득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

Q. 한국에 돌아와서 세계일주 경험을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전문 분야인 영상도 있는데 웹툰이라는 포멧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영근) 사실 단편 애니메이션도 제작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는 많은 에피소드중에 하나의 에피소드만 다룰 수 있을것 같아요. 여행의 기억이나 느꼈던 점들을 하나로 쭉 정리하고자 여러가지 옵션을 고민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으로 정리 할까했는데 아무래도 없는 글재주로 책으로 정리하기보다는 그림과 더 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잘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은 미디엄으로 선택했습니다.

예영) 웹툰이라는 장르가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보다는 빠른 시간에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미디엄이라 판단했어요. 아무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도 처음 웹툰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저희는 짧은 길이의 영상만 해오다가 웹툰은 긴 호흡으로 장기간 끌고나가야할 장르여서 생각처럼 잘 안되더라구요. (웃음) 최종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도 몇번이고 고쳐서 단정하게 정리해서 끝냈던 영상작업과 달리, 매주 돌아오는 마감이 있으니 컨텐츠 퀄러티 관리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몇화 진행하다보니 긴 이야기를 시리즈로 나눠서 풀어가는 감각을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영근) 사실 결혼 2주년을 기념해 첫화를 조금 급하게 올렸는데, 첫화를 올리니 바로 다음 주부터 마감의 압박이 생기더라구요. 웹툰은 이제 몇화만 경험해봤지만, 예영이 말대로 하면서 깨달아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기획을 조금 더 철저하게 하고 다시 시작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이미지 11> 사와디캅, 사와디카!

Q. 여러 분야에 걸처 활발하게 활동해와서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Studio YOG의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영근) 일단 여행 웹툰을 더 탄탄하게 기획해서 진행하는 것과 단편 애니메이션을 잘 마무리해서 세계여행을 일단락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저희가 그 동안 장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즉흥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식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관심 분야가 미디어 아트 전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등 너무 분산됬던 것 같아요. 당분간은 저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인 여행이나 각 나라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한 컨텐츠 창작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예영) 텐트 영화제와 같은 경우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잘 굴러가는 이벤트가 되었으니 계속 진행될 거에요. 초기에는 저희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진행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텐트 회사들이 텐트를 자발적으로 협찬해주고, 큰 행사들이 사이드 이벤트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많이 하고 있어서 지금은 수익이 나고 있어요. 여행을 통해 배운 또 한가지는 무언가를 이뤄나가는데 혼자서 다 해낸 사람은 정말 드물다라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저 혼자 잘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언가를 정말 해내려면 같이 해나갈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자체 창작물을 만들던 외주 작업을 하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해쳐나갈 생각입니다.


@이미지 / 영상 출처
- 이미지 01-11: Studio YOG 제공
- 영상 01-03: Studio YOG Vimeo/ Youtube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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